수수료 정률제 개편에 소상공인 “부담 증가” 반발
불매운동·정치권까지 나서자 플랫폼 스타트업 당황
표 의식한 정치권 움직임에 기업활동 위축 우려도
“배달의 민족 아닌 ‘배신의 민족’이다.” “당장 세무조사를 하고, 공공 배달앱을 개발하겠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을 두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플랫폼 스타트업 업계가 움츠러들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사회의 이해 부족에 선거철을 만난 정치권까지 가세해 기업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아쉽다는 것이다.
▶“왜 하필 이 시국에…” 수수료 개편으로 논란 자초한 배민=배민은 음식점과 소비자, 배달업체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광고수수료로 이익을 내 왔다. 수수료 구조는 광고 하나 당 8만원(부가세 포함시 8만8000원)씩 받는 ‘울트라콜’과 주문 건당 6.8%(부가세 포함시 7.48%)의 수수료를 적용하는 ‘오픈리스트’ 두 가지를 병행해 왔다.
그러나 울트라콜에서 일부 기업형 점주들이 광고 상단 노출을 노리고 다수의 광고를 점유하는 ‘깃발꽂기’가 문제되면서 배민은 지난해 12월 수수료체계 개편에 나섰다. 깃발꽂기는 한 업주당 3개로 제한하고, 오픈리스트의 수수료율을 5.8%로 1%포인트 내리겠다는 내용이다.
이달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배민의 새 수수료 정책은 당장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정액제를 제한하고 정률제 비중을 늘리다보니 수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시뮬레이션 결과 월 매출 3000만원인 업소는 오픈리스트로 전환시 174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18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 매출 3000만원인 업소도 소상공인 평균이익률 14.5%를 감안하면 순이익은 435만원에 그친다. 기존 정액제인 울트라콜 3건을 이용하면 26만원이었던 수수료가 오픈리스트로 바뀌면 148만원이 추가되면서 174만원까지 오르는 것이다.
배민 측은 기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된 수수료 체계 변경이라 해명했지만, ‘타이밍’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외식보다 배달로 소비자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서 절박한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불매운동에 세무조사 언급도, 업계 “경영상 판단인데….”=배민의 새 수수료 정책을 두고 당장 소상공인부터 소비자,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규탄 성명을 냈다. 소비자들도 배민 불매운동에 나섰다. 다른 배달앱을 이용하거나 전화주문으로 배민 사용을 대체하자는 것이다. 배달형 공유주방 위쿡딜리버리의 경우 지난달 매출이 지난 2월보다 15% 증가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배민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겠다거나 공공 배달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맞대응하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경영상 판단에 대해 정치권이 철퇴를 드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동반성장을 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고, 불매운동은 소비자 권익으로 이해한다”면서도 “배민이 위법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니고 수수료율을 조정한 것인데, 세무조사니 뭐니 하며 기업을 압박할 필요까지 있느냐”고 반문했다.
신선 배송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다른 대표도 “플랫폼 비즈니스가 얻는 수수료에 대해 ‘소상공인 몫을 착취한다’는 시선이 생긴 것 같아 아쉽다”며 “플랫폼 비즈니스가 잠재수요를 끌어올려 시장을 넓힌 점은 인정해야 한다. 배달을 시도하지 못했던 점주들도 손쉽게 배달로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신생 점포나 청각장애 소비자 등 배달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들의 불편을 해결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지난 1월 개업한 경기도의 한 음식점 점주는 “개업 직후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재빨리 배달앱과 연계해 매출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며 “현재 매출의 60%가 배달로 나온다”고 전했다.
배민 불매운동의 대안으로 나온 공공 배달앱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강하다. 이미 택시 콜이나 숙박예약, 부동산 정보 등의 분야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수수료 부담을 줄이겠다며 직접 앱을 만들어 내놨지만, 시장에 안착한 사례는 거의 없다. 한 숙박예약 스타트업 관계자는 “앱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소비자들을 유인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이것에만 집중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앱과 공공앱이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타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전북 군산의 공공앱 ‘배달의명수’만 해도 부족한 인프라의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배민 사태 이후 배달의명수 사용자가 폭주하면서 접속이 안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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