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초기부터 의심환자를 추적하고 검사해 확산을 막은 질병관리본부의 신속하고 정확한 방역 역량은 전 세계에서 칭송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 번지는 코로나19의 파국을 막을 리더십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다른 국가에선 기간산업인 항공업에 무제한으로 현금을 지원하는데 우리 금융 당국은 ‘네 탓이오’만 연신 되뇌며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
지난 9일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4차 위기관리대책회의 결과를 두고 항공업계는 두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지원 대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안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항공 지상조업사에 대해 계류장 사용료를 감면했을 뿐이다.
업계는 “미국이나 유럽은 자국 항공사에 무제한으로 현금을 풀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행기가 뜨지도 못하는데 계류장 사용료나 착륙료 같은 것을 감면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냐”며 분통만 터뜨린다.
항공사들을 ‘유동성의 수렁’에서 끌어올릴 금융당국과 기획재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최대주주의 책임경영’과 ‘자구안’만 강조하고 있다. 당장 제자리 헤엄도 치기 버거운 항공사들에게 일단 늪 가장자리로 스스로 헤엄쳐 나오면 그때서야 ‘금융 지원’이라는 밧줄을 던지겠다는 얘기다.
물론 오너가 사재출연을 한다거나 비주력 계열사나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항공사가 이런 노력으로 현금을 손에 쥐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부동산이든 계열사든 원매자를 찾아 실사를 거쳐 계약서에 사인하기까지 적어도 3~4개월은 걸린다.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만연한 만큼 원매자가 선뜻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대한항공을 비롯한 대부분 항공사들이 갖고 있는 현금으로는 2개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여객 노선의 90%가 운항을 중단한 만큼 매출을 통한 현금 흐름이 완전히 막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해 트리거 조항이 발동되면 대형항공사 전부가 도산할 수 있다. 항공사가 망하면 그 피해는 오너 일가나 직원들만 입는 것이 아니다. 항공업은 무역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 경제의 핏줄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항공업의 몰락은 우리 경제의 쇠퇴로 이어진다.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최소 6개월간 (항공업계에) 재정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의 ‘포스트 팬데믹’ 회복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의 승기는 무기의 질이나 전술보다 병참에서 판가름난다고 말한다. 금융 당국은 우리 기업이 코로나19와의 최전선에서 뛰고 있을 때 병참지원본부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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