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위반자·본인 동의 적용 ‘한계’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 비판 제기
“모니터링 강화…추가 관리대책 필요”
정부가 ‘코로나19’ 자가격리 지침 위반자에게 도입하기로 한 ‘안심밴드’(전자 손목밴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관적인 의견이 커지면서 실효성있는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려면 자가격리자 관리가 필수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해 안심밴드 도입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정작 착용 대상을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사람으로 제한한데다 본인 동의를 얻어야만 적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행법상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안심밴드는 강제로 채울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몇 명이나 안심밴드 착용에 동의할지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설사 동의한 사람들에게 안심밴드를 채우더라도 이들이 다시 무단이탈했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심밴드를 벗고 외출할 가능성이 남아있고 휴대전화를 밴드와 함께 놔둔 채로 자택을 이탈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입을 강행하는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 모두에게 ‘안심밴드’를 착용시켜 이들의 격리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중앙재난안전대채본부 회의 안건으로 검토했지만 격리지침을 잘 준수하는 대다수까지 ‘잠재적 범법자’로 전제한다는 점, 이들의 신체를 물리적으로 구속할 관련법령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제한적 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심밴드는 블루투스 장치를 통해 휴대전화에 설치된 ‘자가관리’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되고, 격리자가 일정거리를 벗어나거나 밴드를 훼손 또는 절단하게 되면 전담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통보된다. 정부는 2주 이내로 ‘안심밴드’ 제도를 시행하고, 1일 4000여개의 물량을 생산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밴드 도입 이전의 격리지침 위반자들에게는 밴드 착용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기준 국내 자가격리자 수는 5만 6856명이며 이 가운데 격리조치를 어겨 경찰에 고발된 인원은 106명(97건)에 달한다. 중대본은 이 중 12명(11건)은 이미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교수는 “격리장소를 무단이탈한 사람들은 어차피 말로 경고한다고 들을 가능성이 높지 않는 만큼,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라며 “자가격리 이탈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워낙 커 정부로서는 강화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보다는 자가격리자에게 ‘시민의식’을 고취하는 교육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없어도 코로나19 감염자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집에서 격리생활을 하면서 가족들과 식사나 대화를 하면 가족들이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는“본인이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한 벌금, 처분 등이 끝이 아니라 가족이 위험에 처하고 방문했던 장소가 모두 폐쇄되고, 그들도 다시 격리되는 등 주변에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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