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가 여전히 별다른 반등은 없다. 김은숙 작가의 로코물이 6회까지 진행되고도 반응이 밋밋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 분)과 대한민국의 형사 정태을(김고은 분)이 키스하고 포옹을 해도 느낌이 없다. 이건 김은숙의 전작들에서 이병헌-김태리(미스터션샤인), 공유-김고은(도깨비) 때와는 판이하다. 이민호와 김고은은 평행세계를 오가며 서로 절절하고 애틋한 것 같은데, 시청자들은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것은 와 닿지 않는 대사의 남발로 스토리의 허술함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견작가도 공부하지 않으면 신인 작가보다 내공이 훨씬 뒤떨어진다. 작가는 공부(독서와 사색, 체험 등등)뿐만 아니라 플랫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업무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제는 의미 없는 대사들로 이뤄지는 분량 채우기가 안 통하는 시대다.
‘더 킹’의 대사들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어느 정도 먹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준 높은 장르물들을 경험한 시청자의 눈은 많이 올라가 있다. 그래서 김은숙 작가도 ‘파리의 연인’류의 로코와는 다른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평행세계, 대한제국(황제)과 대한민국(형사), 1과 0 사이, 이과형과 문과형 등으로 새로운 점과 판타지가 나오도록 했지만, 평행세계 부각마저도 시청자에게는 별로 흥미 있게 다가가지 않는 것 같다. 이 정도로는 작품의 진화를 논하기 힘들다.
‘더 킹’의 김은숙 작가의 대사가 말장난처럼 느껴지는 것은 형식만에 그치지 않는다. 내용도 의미가 없거나 매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랏일에 봉사가 어디 있습니까? 폐하께서 제 나라이신 걸요.”(총리 정은채 분)
“대한제국은 처음인데, 우리말은 잘하시네요.”(정은채) “제가 문과라서….”(김고은)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1과 0 사이를 지나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이므로.”(김고은)
이런 대사들은 시간 때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김은숙 작가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심쿵할 것을 의식하고 쓴 대사로 여겨지는 이민호의 6회(2일 방송) 대사, “부르지 말라고 지은 이름인 줄 알았는데, 자네만 부르라고 지은 이름이었군”이 묻혀버린다. 그렇다고 매력 떨어지는 대사의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지도 않다.
이 정도로 의미 없는 대사로는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김은숙 작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더 킹’이 과연 이 정도로 욕먹을 작품인가? 기자, 평론가들마다 다들 한 번씩 긁고 있네.” 맞는 말이다. 과도한 비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눈높이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작가의 집필 능력은 산술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6회에서 일본 해군의 영해 침범에 긴급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되면서, 해군 대위 출신인 황제 이곤이 직접 이순신함에 승선, 공격 지시로 일본 군함을 대한제국 영해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대한민국 시청자라면 기분 좋을 일이다. 국방과 외교 문제에서 소극적이고 저자세 대응이 아닌 적극적 대응은 좋다. 하지만 일본 총리 이름을 ‘미치다’ 총리로 하는 건 장난처럼 여겨진다.
물론 앞으로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서사구조가 있다. 역적인 금친왕 이림(이정진 분)이 이곤(이민호)이 지니고 있는 ‘식적’의 반쪽을 찾으러 올 것이라는 것이다. ‘식적’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두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오브제다. 그래서 이곤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서 이곤과 정태을(김고은)의 공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질 수 있는 계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김은숙 작가의 이번 판타지 로코물 ‘더 킹’은 거의 다 읽혀버렸거나, 이해가 안되거나(이해할 필요가 없음일 수도 있다) 둘 중 하나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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