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4.2조 vs. 정부수혈 1.6조·매각 성사 1.5조

건설 매각 성사 따라 퓨얼셀 등 매각 여부 향방

나온 매물 흥행 장담 어려워…3조 자구안 불투명

'남은 두산' 책임질 중공업·건설기계, 성장 둔화 우려

[헤럴드경제 김성미·이세진·최준선 기자]두산그룹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꼽던 두산솔루스는 물론 그룹의 상징인 두산타워까지 줄줄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현재 내놓은 매물만으론 올해 만기도래하는 4조2000억원의 빚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산밥캣 등 핵심 계열사 매각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구조조정 후 두산그룹의 위상 변화에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매물 다 팔아도 1조 모자라=두산그룹이 3조원 가량의 자구 노력을 발표한 이후 대대적인 자산 유동화 작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두산건설·두산솔루스·두산타워·두산모트롤BG(유압기기)·클럽모우CC 등을 매물로 내놓았다.

인수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두산건설을 제외하고 4개의 매물을 팔면 최대 1조5000억원이 마련될 전망이다. 약 1조6000억원의 정부 수혈을 감안해도 1조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 두산건설 매각 성사 여부에 따라 두산퓨얼셀 등의 매물화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물 중 가장 덩치가 큰 건 두산솔루스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전기차배터리 동박 업체인 두산솔루스의 매각 희망가격은 8000억원이다. ㈜두산의 유압기기 사업부인 모트롤BG는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알짜사업으로, 약 4000억원의 몸값이 거론된다.

클럽모우CC는 최근 국내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어 매각 성사 기대감이 높다. 매각 시 약 1400억~1600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타워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마스턴투자운용과 약 6000억~7000억원에서 가격 협상 중이다. 다만 2018년 유동화로 사용한 4000억원과 세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약 1000억원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인다.

두산건설은 중형 건설사를 대상으로 투자안내문(티저레터)를 배포해 인수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그룹 재무악화의 주원인 중 하나로, 매각 구조에 따라 확보자금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반응 미지근한 이유는=알짜 매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인수합병(M&A) 시장 상황과 함께 매력도와 밸류에이션 시각차를 원인으로 꼽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공개매각으로 전환한 두산솔루스는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은 ‘알짜 매물’임에도 원매자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단독인수하기에는 리스크가 크고, 주요 고객이 대기업(LG화학, 삼성디스플레이)인 점도 향후 밸류업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략적투자자(SI)로서 관심을 보일만한 LG화학, 삼성SDI 등도 일부분에 불과한 소재 내재화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고, 여기에 7000억~8000억원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이 풍부한 SK그룹은 지난해 SKC가 인수한 동박 제조사 KCFT가 있어 현재로선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은 자체 브랜드 ‘위브’ 상표권 외에는 대기업 건설사로서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룹 위기의 원인이 됐던 회사인데다, 주택경기 전망도 어두워 매력이 떨어진다. 두산퓨얼셀은 시가총액이 5770억원에 불과해 중소 규모 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짜 다 팔면 무슨 소용"…'남겨진 두산', 괜찮을까=구조조정 후 '남겨진 두산'의 위상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다. 구조조정 후 두산의 성장 견인 축은 크게 ▷중공업 부문(두산건설을 제외한 두산중공업 자회사, 두산메카텍) ▷건설기계(두산인프라코어와 그 자회사)로 구분된다. 두 부문의 미래 성장이 담보돼야 이번 구조조정이 의미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중공업 부문은 전 세계적인 친환경에너지 기조와 경기 불확실성으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2017년 말 17조원을 웃돌았던 두산중공업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14조원 규모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중공업 부문의 합산 차입금은 5조6000억원에서 6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풍력발전 기자재 사업, 가스터빈 개발 등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성과가 저조하다.

그나마 건설기계 부문이 희망인데, 이마저도 전방 산업의 수요가 하향세로 접어들고 있다. 주요 시장인 중국 내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기계 수요를 꺾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미래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두산이 영위하고 있는 전자(동박), 산업차량(지게차), 모트롤(유압기) 등 '3대 알짜 사업'이다. 하지만 모트롤은 이미 매물로 나왔고, 나머지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적지 않다. 두산 구조조정에 관여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모트롤 외에는 매각하지 않겠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건설과 솔루스, 모트롤, 부동산만으로 3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마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