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외모에 당수로 황소 때려잡던 괴력 겸비
한국 프로레슬링 르네상스 이끌었던 주역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한국 프로레슬링 원로 ‘당수귀신’ 천규덕 옹이 2일 향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김일, 장영철과 함께 대한민국 프로레슬러 1세대로 꼽히는 천 옹은 그동안 지병으로 요양병원에서 지내왔다.
현역시절 쾌남 스타일의 잘생긴 외모에 검은 타이츠 차림으로 기합 소리와 함께 날리는 당수 촙(손날 역수평치기) 공격으로 한국 프로레슬링 르네상스 시기이던 1960~1970년대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천 옹은 일본 프로레슬링의 아버지로 불리는 한국인 리키도잔(力道山·역도산·본명 김신락)이 활약하는 모습을 부산 남포동의 한 전파상 TV에서 본 것을 계기로 프로레슬러의 꿈을 키웠다. 그의 유니폼인 검은색 쫄쫄이 바지와 주무기 당수 촙은 모두 리키도잔을 오마주 한 것이다.
잘생긴 얼굴과 큰 체구도 리키도잔을 닮았다. 1963년 방한한 리키도잔은 천 옹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과 닮았다며 일본 진출을 제의를 했다. 그해 12월 리키도잔이 야쿠자에게 습격을 당해 사망하면서 인연을 이어가지 못 했다.
천 옹은 1970년대 초 일본에서 활약중이던 극진공수도의 최영의가 황소 뿔을 꺾는 퍼포먼스에서 착안해 황소를 당수 촙으로 쓰러뜨리는 퍼포먼스를 펼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집권여당인 공화당의 상징이 황소인 까닭에 중정에서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태권도 유단자 출신인 그는 1960년 부산에서 프로레슬링을 하다 1963년 스승 ‘비호’ 장영철 씨와 서울로 올라와 활동을 이어간다. 국내파인 이들은 이 시기 리키도잔 직계제자였던 ‘박치기의 달인’ 김일이 귀국해 자주 경기를 가지면서 주도권 다툼을 펼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큰아들인 연기파 배우 천호진 씨와 둘째 수진 씨가 있다. 빈소는 나은병원장례식장 특2분향실이며, 발인은 4일 오전 5시 30분, 장지는 서울 국립현충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