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예년보다 2개월반 늦게 열린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미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면서도 미국의 중국 압박에 굴하지 않고 대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양회에서는 미-중 갈등의 도화선이 된 ‘중국제조 2025’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2025년도 목표달성을 거국적으로 재확인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올해 업무보고에서 리커창 총리는 1조위안(170조원) 규모의 특별 국채로 자금을 모아 5G· IOT· AI·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분야를 집중육성시킨다는 것이다.

코로나 대응 중 바이러스 방역, 주민 통제, 진단 및 치료 등에서 중국은 이 신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실감했다. 또한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핵심 ICT기업에 무역 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체 기술개발과 내수 시장 확충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중국제조 2025를 차질없이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양회를 앞둔 시점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공격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합의 파기 시사에 이어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고 했고, 중국 대표 전자기업 화웨이와 계열사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양회 전날 미 상원은 월가에서 중국 기업 퇴출법안을 의결했고, 양회 개시 시점에 백악관은 중국 대응전략보고서를 발표했다. 유럽(EU)·일본·아세안·인도 등 범서방국가와 함께 중국을 배제시킨 인도·태평양동맹 구축계획을 상세히 적었다. 더 나아가 G7 확대정상회의에 한국·호주·인도·러시아를 초청했다.

반중 정서로 대선에서 압승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집권 2기를 여는 시점에 중국 양회에서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서 홍콩의 반중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 법은 홍콩과 베이징 간 20여년 논란이 된 사안으로, 이번 전인대에서 이 법을 제정해 홍콩에서 집행될 수 있게 했다. 당장 미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취소해 무역과 금융중심지로서의 홍콩 경제를 마비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997년 7월로 예정됐던 영국의 홍콩 반환을 5년 앞둔 1992년 미국은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홍콩 경제를 국제적으로 뒷받침했다. 하지만 지난해 송환법 문제가 제기되자 홍콩인권법안을 제정해 국무부가 홍콩의 자치 수준이 악화될 경우 특별 지위를 취소하고 관세(최대 25%)·무역·비자 등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게 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 양회 기간 미-중 관계는 더 험악해졌다. 미국에 중국 견제의 또다른 빌미를 줄 것을 잘 알면서도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시진핑 정부의 강한 면모를 자국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정치적 목적이 작용했다. 결국 중국이나 미국 모두 ‘마이웨이’로 갈 것이고, 미-중 관계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접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양회에서 경제를 책임지는 총리가 업무보고를 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을 국민 대표기관인 전인대에 내놓는 것이 관례였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됐다지만 언제든 재발 가능성이 있고 전 세계 수요 감소로 수출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코로나 경제 손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현실적 요인이 작용했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올해 리커창 총리는 성장률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을 강조했다.

이번 양회의 결정으로 보면 미-중 갈등에도 중국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굴기 정책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 위험이 관리되면서 제조업 가동이 늘어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다소 안정을 기대했지만 양회 이후 미-중 격돌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한 협력보다는 대결 국면이 확실해졌다. 주요국의 코로나 봉쇄가 부분적으로 풀리더라도 우리 수출 실적이 크게 나아질 가능성은 요원하다. 특히 홍콩에 설치한 현지 법인을 통해 중국이나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기업은 미국의 홍콩 제재 리스크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