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심사요건 협력사들 ‘한숨’
특별보증·상생협력 등 방안도 ‘갸우뚱’
지원 규모보다 대상 세분화 우선돼야
정부와 금융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왼성차 부품업체에 대한 지원에 나섰지만,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에선 지나치게 높은 대출 문턱과 신용등급에 따른 현실성 없는 심사요건이 악순환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일부 완성차에 납품 비중이 편중된 업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우대보증을 중소기업에만 적용하는 등 현실성이 배제된 지원체계를 전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울산의 한 2차 부품업체 대표는 “영세한 부품업체들일수록 신용도가 낮게 마련인데, 은행은 자체 평가한 신용도를 따진다”며 “받는 업체만 받는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19일 금융기관·완성차 업체와 함께 마련한 재원을 취약기업에 중점 공급하겠다며 발표한 지원책에 대한 반응도 미지근하다.
미국과 중국 수출 급감과 내수 시장 침체로 완성차 업계가 타격을 받은 올해 2월과 6월 두 차례 다양한 방식이 동원됐지만, 뿌리산업의 내실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의 한 부품업체 대표는 “국내 차 부품업체들은 마진이 높은 편이 아니지만 꾸준한 물량 덕분에 버텨온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완성차 공장들이 셧다운에 들어가고, 수요가 급감하면서 타산을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금융지원에서도 신용도가 낮거나 한 업체와의 거래 비중이 높으면 지원에서 소외되는 일이 매뉴얼처럼 굳어져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고객을 늘리는 것이 목표지만, 신용도 BBB 이상으로 대상을 정해놓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지방은행도 “매출이 견고하더라도 특정 업체와의 거래 비중이 50% 이상이나 한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곳은 제외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거래선에서 특정 완성차 업체 비중이 높아, 은행권에서 탐낼만한 고객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부품난을 초래한 부품사의 도산처럼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잇따른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조치가 3·4차 협력업체까지 닿을 수 있도록 관리체계의 유연화도 요구된다.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1차 협력사가 350곳, 2차가 5000곳인데 3·4차 부품사까지 포함하면 몇 개 업체가 있는지도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며 “기업 차원의 지원은 단기 생산라인 유지가 목적인 만큼 정부와 금융권이 아래 업체들을 아우르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찬수·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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