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국면 속 은행영업 부담

신용위험 높고 회계부정 늘어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원유 등 원자재를 비롯한 무역금융에서 힘을 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무역금융이 은행영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무역금융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리스크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ABN암로(Amro)는 무역·원재자 금융 사업에서 철수하고 있다. ING그룹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원자재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했다. 원재자 무역 금융을 주도하던 BNP파리바는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WSJ는 “(유럽) 은행들이 국제유가 폭락, 무역대출 리스크 증가 등과 기후변화에 대한 주주들의 압력에 대응해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악조건들은 글로벌 은행들마저도 원자재, 특히 원유 등 에너지 관련 금융 멀어지게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무역금융이 부실해지고 무역업체의 신용 리스크가 커지는 사례가 나타났다. 무역회사의 회계부정 등의 문제들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선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아시아 최대 석유 거래 중개업체로 꼽히던 싱가포르의 힌레옹그룹은 지난 4월 38억5000만달러(약 4조6000여억원) 규모의 부채에 대한 모라토리엄(상환유예) 신청을 했다. 국제유가가 폭락한 ‘쇼크’가 치명적이었는데, 이 회사는 동시에 지난 수년 간 손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회계부정 의혹도 받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요 은행들이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면, 국제 무역업계에선 양극화가 두드러질 수 있다. 원유와 금속, 곡물 등을 거래하는 대형 글로벌 무역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은행들과 거래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비톨(Vitol)그룹, 미국의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 등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형 사업자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은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대기가 어려워지면, 새로운 ‘돈줄’을 찾아야 하지만 조달금리, 한도 등의 거래조건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들은 전통적으로 수입업자의 지급보증을 담은 신용장이나 회전대출 등의 방식으로 무역금융을 제공했다. 이는 방식은 각종 원자재를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연결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