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신용법안 발표

‘채무조정요청권’ 도입

빚 독촉 1주일에 7회로 제한

[이미지=소비자신용법 개념도]
[이미지=소비자신용법 개념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개인 연체채무자가 자력으로 빚을 갚기 어려우면 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연체채무자의 이자 부담과 추심 부담도 낮아진다.

금융위원회는 9일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확대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소비자신용법’안을 공개했다.

핵심은 ‘채무조정요청권’이다. 기존에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와 법원을 통한 공적 채무조정제도가 주로 기능했는데, 사적 조정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조정을 요청하면 금융사는 10영업일 이내에 조정안을 제안해야 한다. 금융사는 이를 위해 채무감면율이나 상환일정 등을 정한 내부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조정 심사 진행 중에는 추심이나 채권양도가 금지되며, 채무자가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임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금융사 내부기준과 어긋나면 조정을 거절할 수 있다.

금융사가 개인연체채권에 기한이익상실이나 양도 절차를 진행할 때도 채무조정요청권이 적용된다. 금융사는 절차 진행 예정일 10영업일 이전에 채무조정요청권이 있음을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기존에는 연체가 발생하면 일정기간(통상 30일)이 지날 경우 기한이익상실 처리해 대출잔액 전부에 상환의무를 지우고, 갚지 않으면 연체이자율을 가산했다.

채무조정요청권은 대체로 신용대출에만 적용되지만 1가구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이 연체돼 금융사가 해당 주택에 경매를 진행하려하는 때도 가능하다.

연체 시 채무자의 연체 이자 부담도 경감된다. 현재 금융사는 연체채권에 기한이익상실 조치를 취할 때 원금 전체에 대해 약정이자와 연체가산이자를 부과했다. 앞으로는 상환기일이 오지 않은 원금에 대해서는 약정이자만 부과하도록 바뀐다. 또 회수가 불가능해 상각한 개인채권은 장래이자채권을 면제해야만 양도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계속 이자를 물려 빚이 끝도 없이 늘어났었다.

채권추심자는 한 채권에 대해 1주일에 일곱번까지만 추심연락을 할 수 있도록 제한(추심총량제)된다. 기존엔 하루에 두번 할 수 있었다. 추심연락으로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확인한 경우에는 7일 동안 다시 연락을 해서는 안된다. 채무자가 꺼리는 시간이나 꺼리는 수단을 통해 추심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당국은 이러한 조치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감시와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채권금융기관은 추심업자를 선정할 때 채무자에 대한 처우 등을 평가해야 하고, 추심업자의 추심행위를 점검해 불법이 발견되면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채무조정요청권 안내나 이자 적용 규정 등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나 기관 및 임직원 제재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또 채무자가 불법 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법안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원금 상환 및 이자납입 유예까지 해준 상황에서 채무를 조정해주고 추심까지 제한할 경우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채무자의 연체부담이 급증하게 되면 상환의지가 꺾인 채무자는 장기연체자로 전락하고 채권금융기관은 회수없이 관리비용만 증가하는 비생산적인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소비자신용법이 시행되면연체채무자가 상환을 포기하는 대신 채무조정을 요청하여 채권금융기관과 함께 재기를 모색하고 금융사도 중장기적으로 채권회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