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말도 살찌우는 가을이지만 ‘오늘 뭐 먹지’하는 고민은 여전하다. 영양가 있고 맛 좋은 음식을 찾아봐도 ‘그 나물에 그 밥’이기 일쑤다. 그렇다면 다소 파격적인 지구촌 음식 눈요기는 어떨까. 눈 앞에 펼쳐진 메뉴판 코스 요리에 ‘에피타이저-애벌레 샐러드, 메인요리-박쥐 스튜, 디저트-금가루 카푸치노’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직접 맛보기에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힘든 면이 있지만 이색적인 지구촌 미식 기행으로 상상력을 살찌우기는 충분하다.
▶호주 애벌레 구이=서(西) 호주의 수도 퍼스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프리맨틀 시. 이곳에는 19세기부터 이어져오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 ‘프리맨틀 마켓’이 있다. 호주 원주민 ‘아보리지니’의 전통 음식인 ‘나비 애벌레 올리브 오일 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글지글거리는 철판 위에 다소곳이 누워 있는 나비 애벌레는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식으로, 부드럽고 감칠맛이 탁월해 원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애벌레 길이는 10cm 정도로 크고 살이 통통히 올라 있다. 약간 푸르스름한 것이 비릿할 것 같은 인상을 풍기지만 실제로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있는데다 향신료가 뿌려져 냄새 걱정은 기우다. 입 안에 전해지는 애벌레 구이의 첫 맛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씹으면 풍부한 육즙을 느낄 수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애벌레와 함께 나온 소시지 역시 현지 특유의 캥거루와 악어, 에뮤(호주 특산 조류) 고기를 혼합해 만든 것이다. 이것도 호주 원주민 음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과 철분이 많이 든 것이 특징이다.
▶태평양섬 박쥐 스튜=호주에서 올라와 태평양 서부로 가면 섬나라 팔라우에서 박쥐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주로 과일을 먹는 초식 박쥐인 ‘과일박쥐’는 몸통에서 향기로운 냄새까지 풍긴다. 과일박쥐는 팔라우 뿐만 아니라 남태평양, 중국 남부,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서아프리카에서도 식자재로 쓰인다.
하지만 팔라우에서 맛 보는 과일박쥐 요리는 다소 충격적이다. 하얀 국물 사이로 둥둥 떠있는 박쥐는 날개를 펼친 채 배를 위로 하고 입은 반쯤 열고 있다. 식욕을 돋구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과일박쥐의 머리와 내장, 껍질을 모두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마리를 통째로 굽거나 끓이는 방식을 고수한다.
혀에 와닿는 첫 식감은 오밀조밀 나 있는 짧은 박쥐 털이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긴 머리카락이 입 안에 들어와 감기는 느낌과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훨씬 부드러운 동물의 털 감촉이다. 아사히신문 푸드 칼럼니스트 에토 시후미는 “기르고 있는 애완견의 앞발이 장난치다 입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에 가깝다”고 묘사했다.
박쥐털 거부감이 크다면 껍질을 벗기고 고기를 먹는 게 낫다. 고기는 다소 질긴 감이 있지만 그런대로 야생의 맛을 즐길만 하다. 백미는 국물인데 부드럽고 큼직한 풋고추를 넣어 칼칼하고 토란과 코코넛 스프가 어우러져 걸죽하면서도 달콤한 이국적인 맛이다.
▶아부다비 골드 카푸치노=아시아를 횡단해 중동으로 날아가면 ‘금가루’ 듬뿍 얹은 카푸치노를 마실 수 있다.
첫 관문은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7성급 호텔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에 입성해야 한다.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은 30만평 부지에 공사비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가 투입된 UAE ‘부의 상징’이다.
외관은 호텔 보다 궁에 가깝고, 내부는 온통 금장식으로 세계 최초 금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이 호텔에 숙박하거나 레스토랑 혹은 카페를 이용하려면 1인당 최소 100디르함(약 3만원)을 쓰는 것을 조건으로 미리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다.
이 호텔의 대표 커피 ‘에미리트 팰리스 카푸치노’는 진한 에스프레소에 풍부한 우유 거품을 올리고 그 위에 24캐럿 금가루가 뿌려져 있다. 가격은 50디르함, 부가세 포함 한화 2만선이다.
황금 카푸치노의 맛은? 사실, 별맛은 없다. 말 그대로 무미무취다. 다만 마신 후 입술에 수북히 묻은 금빛 거품을 확인할 수 있다. 아부다비 왕자 만수르의 커피라 할 만하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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