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 이은 협업

산은 자산이관 수준 넘어

기업 인수부담 줄일 수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에 산은이 관리하던 회사를 넘겨받은 것을 넘어서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참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예비입찰에 현대중공업그룹과 KDB인베스트먼트가 컨소시엄을 꾸려 제안서를 제출했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이 컨소시엄에서 KDB인베스트먼트는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 총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인수 대금 중 투자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금융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산은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것에 이어, 또 한번 양측의 협력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인수 유력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의 참여는 ‘깜짝 등장’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기존의 행보보다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힌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은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로 지난해 출범했다. 산은 자체가 내부에 구조조정 기능과 조직을 갖춘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기능이 중복된다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외풍에 시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구성원 역시 소수의 산은 직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시장에서 전문가들을 채용했다.

관리하고 있는 자산은 산은으로부터 이관받은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체질개선을 통해 가치를 높여 매각하겠다는 목표로 1년째 관리 중이다. 2호 관리 자산이 될 것으로 유력하게 손꼽히는 한진중공업 역시 산은이 2015년부터 지분을 확보해 구조조정을 해왔던 곳이다. 산은은 28일 한진중공업 지분 매각 공고를 냈으며 KDB인베스트먼트와 한국토지신탁 등이 매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산은의 직접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두산그룹이나 그룹 핵심인 두산중공업은 부실이 있어 산은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지만, 두산인프라코어 자체는 최근 3년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별도 기준)을 기록한 ‘알짜’ 회사다.

일각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KDB인베스트먼트가 향후 산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상 기업의 자회사나 보유 자산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간접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DB인베스트는 시중에서 민간자금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로 구조조정 업무가 산적한 산은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KD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사전적 구조조정, 영업 구조조정을 통해 밸류업(가치 제고)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라며 “현대중공업의 관련 업종에 대한 노하우와 역량을 신뢰해 손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