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진흥원 공급·무한책임
은행, 4.5% 수수료에도 관리 허술
지난해 9월 출시된 햇살론17이 출시 1년만에 공급실적 1조원을 돌파했다. 대부업 고금리에 허덕이던 최저신용자(6등급 이하)를 돕자는 취지가 통한 듯 보이지만, 도덕적 해이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그림자’만 짙어지는 모양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주요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 말까지 실행된 햇살론17은 7625억원이다. 건수로는 11만2700여건이다. 이들 은행을 포함해 햇살론17을 취급하는 전체 협약은행(15곳)과 서민금융진흥원 자체 공급실적을 더하면 1조원을 넘어선다. 이달부터는 카카오뱅크와 부산은행도 모바일을 통해 햇살론17을 취급할 예정이다.
햇살론17은 ▷신용등급 6등급·연소득 4500만원 이하이거나 ▷등급을 따지지 않고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차주를 겨냥한 상품이다. 연 17.9% 단일금리가 적용된다. 보증유형은 2가지로 나뉘는데 위탁보증(한도 700만원)은 은행 창구서 신청할 수 있고, 한도가 1400만원인 특례보증은 서금원에서 신청해야 한다.
지금까지 실적을 보면 최저신용자들의 대출 비중이 단연 높다. 5대 시중은행 실적 기준, 6등급 이하 차주의 비중이 88.5%다. 7등급 이하 차주는 67.7%를 차지했다.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이 유일한 자금원이던 저신용자들을 끌어들인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서금원 관계자는 “은행을 통해서 저신용자를 흡수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에서 나간 햇살론17의 연체율이 평균 8% 초반대다. 일부 은행의 경우 10%가 넘는다. 새희망홀씨 등 은행이 취급하는 다른 정책형 서민대출의 연체율(4~6%)을 웃돈다. 햇살론17을 취급한 은행은 4회차까지 연체가 이어지면 서금원에 대위변제를 요청할 수 있다. 서금원은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은행에 대신 갚아준다. 대위변제율은 현재 1% 초반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란 입장이다. ‘2019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체 연체율은 평균 9.3%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상했던 연체 범위보다 낮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경기상황이 나빠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에 ‘노 리스크(no-risk)’인 구조 때문에 부실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은 서금원의 100% 보증을 바탕으로 햇살론17을 취급한다. 게다가 대출금리(연 17.9%) 가운데 4.5%를 자기수익으로 가져간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연체가 나도 국민행복기금이 손해고 은행이 입는 손해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00% 보증비율이 ‘묻지마 대출’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오윤해 연구위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보증비율이 높은 경우) 사전심사 노력이나, 대위변제 발생을 방지하고자 하는 사후관리 노력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하지만 당국은 당장 햇살론17의 구조를 재설계할 계획은 없다. 비율을 낮추면 은행들이 참여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도 우려한다. 대신 서금원은 지난달부터 서민금융상품 1년 이상 이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부채 컨설팅이라는 간접적 사후관리 방안을 내놨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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