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번주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본격적인 심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적용 범위와 유예기간 등을 조정하는 선에서 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에게 형사처벌을, 법인에는 벌금형을 규정한 법안이다. 발의안에 따라 사업주가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입증해야 하기도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도 가능하게 했다.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한 조치라 역설한다. 2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24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김용균의 비극은 국민 모두의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다. ‘제2의 김용균’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이 해법일까.
김용균의 비극은 ‘위험의 외주화’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갑을관계’로 인해 정확한 업무분담과 책임소재 규명이 어려운, 고질적인 비정규직의 문제가 더해졌다. 위험한 작업일수록 숙련된 근로자가 업무를 맡아야 하고, 명확한 업무 매뉴얼과 빈틈 없는 감사가 필수다. 그러나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비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위험작업을 떠맡게 됐다. ‘을’인 하청업체는 ‘갑’의 요구에 따라 정해진 업무 외의 것까지 수행하기도 했다.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정해놓은 매뉴얼과는 동떨어진, 불합리한 근무조건이 횡행했지만 이를 제대로 감시할 시스템도 없었다. 고위험 직군을 떠넘겨놓고, 갑이 을을 상대로 벌인 일종의 ‘갑질’이 생명을 앗아가는 산재로 돌아온 것이다.
이 두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정작 ‘김용균법’이라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조치는 허술하기만 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한다면서, 도금과 수은, 납, 카드뮴 가공 작업에 한해서만 하청을 금지했다.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발전과 조선, 건설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 방안을 열어놨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은 그 허울을 여실히 드러냈다. 실제로 김용균법이 만들어진 이후 2년간 5개 발전소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만 모두 70건, 그 중 91%인 64건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됐다.
산재 발생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은 올해 초 산안법 전면 개정안에서 이미 쓴 카드다. 사업주가 안전 보건 의무 조치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해놨다. 미국과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형, 영국은 법인에 대한 벌금형인 것을 감안하면 유례 없는 고강도 처벌이다. 그런데도 지난 9월 기준 건설업에서는 오히려 사고가 전년 대비 20% 증가할 정도로 재해는 줄지 않았다. 재해는 처벌 강화만으로 예방되지 않는다. 발생 원인이 사업주의 관리 소홀 하나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은 선의만으로 효과를 낼 수 없다. 오류 없는 입법을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 진단과 해결 방법을 정확히 도출해야 한다. 이미 틀린 답안을 들고도 같은 풀이법을 반복한다면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오답만 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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