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예측불허’였다. 상반기 재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는 예측할 수 없는 ‘천재(天災)’에 가까웠다면, 하반기 규제입법 쓰나미는 피할 수 있는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재계 충격은 더 컸다.
언택트 특수를 누린 업종도 있었지만, 천재와 인재가 겹친 올 한 해 대부분 기업은 휘청거렸다. 항공업계는 기업 도산 위기까지 직면했고, 지동차업계도 글로벌 시장 침체와 파업이란 이중고를 가까스로 버텨내는 중이다. 내년 52시간제 전면 시행을 앞둔 중소기업의 위기감은 더 심각하다. 업종 불문 올 한 해 동안 재계는 예측불허 경영 위기를 돌파해야 했다. ▶관련기사 9면
입법 논의 과정부터 재계의 반발이 거셌던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거래 3법’은 끝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상법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재계는 자칫 해외 투기자본에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미 국내 기업은 과거 수차례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투기자본 공세를 겪은 바 있다. 1999년 4월엔 미국계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지분을 6.66% 매입한 후 적대적 M&A로 위협하며 6300억원 차익을 챙겼고, 2003년엔 SK(주) 지분 14.99%를 매집한 소버린이 경영권 장악을 시도, SK는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서야 했다. 이미 수차례 해외 투기자본의 공세를 막아내며 천문학적 비용을 소진했던 재계는 외국 자본이 이번 상법 개정안의 허점을 재차 파고들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재계 반발이 거셌지만, 끝내 입법화됐다. 이에 따라 모회사 주주가 지분 1%(상장사 0.01%) 이상만 보유해도 자회사에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에 400억원을 투자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자회사 7개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셈이다.
지주회사 지분율을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 비용도 급증하게 됐다. 상장회사 지분 20%·비상장회사 지분 40% 보유 의무가 각각 30% 이상·50% 이상으로 늘어났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34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2019년 기준) 중 16개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시 지분 확보에 약 30조1000억원이 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따른 일자리 손실도 23.8만명에 이른다는 게 전경련 추산이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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