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등 주요 보직 거쳐
농수산대학 총장 재직 젊은피 육성
“농업이 성공해야 선진국 될 수 있어”
디지털농업추진단 중심, 첨단기술 접목
2년내 정예 청년농업인 5000명 육성
품목별 네트워크 구축 컨설팅 등 지원
세계 최고 ‘농업기술 수출’ 역량 집중
‘살고 싶은 행복한 농촌’이 최종 목표
“농가인구 감소와 농촌 고령화로 위기에 직면한 농업을 살리기 위해 디지털농업으로의 전환에 32년간의 공직생활을 걸겠습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최근 전북 전주 집무실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한계에 직면한 국내 농촌·농업을 살리기 위한 강한 포부를 밝혔다.
지난 8월15일 취임한 허 청장은 기술고시 23회로, 역사상 최연소 합격자라는 타이틀로 1989년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 대변인, 유통소비정책관, 대통령비서실 농축산식품비서관, 식품산업정책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2018년 1월부터 직전까지는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핵심 농정과제인 정예농업인력 육성에 힘써왔다. 또 한농대를 정부의 ‘2020 책임운영기관 종합평가’에서 S등급 기관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이처럼 뛰어난 능력을 디지털 농업에 올인하겠다는 포부다.
허 청장은 “농업이 성공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늦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중국을 보면 농업에 대한 투자를 아젠다로 설정하고 일본도 국가 차원에서 챙기고 있다”면서 “우리도 농업을 퍼플오션(Purple Ocean)으로 설정하고 디지털농업에 사활을 걸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퍼플오션은 일반적으로 레드오션, 블루오션의 장점만을 활용한 새로운 시장으로 기존의 레드오션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시장을 만드는 경영전략을 의미한다. 1962년 개청한 농진청은 1970년대 통일벼를 통해 녹색혁명을, 1980년대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사계절 신선한 농산물을 재배해 국민의 식탁에 공급한 백색혁명을 주도한 연구기관이다. 60여년 동안 농업기술 개발 및 보급 사업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한민국 농업을 성장시킨 기관인 것이다.
허 청장은 “농촌이 잘살기 위해서라도 농업의 혁신은 필수”라며 “‘상상으로만 가능한 일이 현실이 된다’는 말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농업 분야에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디지털농업이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열어갈 열쇠라는 주장이다.
디지털농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농업에 적용해 투입을 최소화하고 생산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런 혁신이 제대로 결실로 이어지면 매년 가뭄과 수해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 허 청장의 신념이다.
디지털 농업으로 물 댈 걱정 없이 쌀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는 것으로, 이를 통해 노동집약적 산업인 농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허 청장은 지난달 3일 ▷총괄기획·조정단 ▷연구개발추진단 ▷보급·홍보추진단으로 구성된 ‘디지털농업추진단’을 출범시켰다. 허 청장은 “디지털 농업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고효율 스마트 정밀 농업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특히 노지 농업의 디지털화 방향은 올해 연말까지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지 농업은 토양·기후·병해충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동화·기계화 수준이 낮으며 고강도 장시간 노동력이 투입돼 디지털화가 시급하다는 것이 허 청장의 생각이다.
한농대 총장을 지낸 허 청장은 농업의 미래 주체인 ‘청년농업인 육성’에도 관심이 지대하다. 허 청장은 “일부 농촌은 인구감소 등으로 인해 소멸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청년농업인의 육성이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농진청은 농업 분야 신규 유입 청년들을 대상으로 창업 및 영농 정착을 지원해 2022년까지 정예 청년 농업인 5000명을 육성할 방침이다. 영농 정착을 돕기 위한 민간 연계 정착 지원 대상자 경영 컨설팅(1000명), 갈등 관리 및 비즈니스 모델 교육, 현장 실증 교육(연간 730명) 등도 진행하고 있다.
또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으로 창업아이디어를 공모해 신규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240곳의 사업화를 지원했다. 전국 폼목별 청년농업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전문 농업인으로의 성장을 돕고 있다. 예를들어, 쌀·한우·과수·시설채소 등 품목별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농진청-청년농업인을 멘토-멘티로 연결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허 청장은 K-농업 기술협력사업에도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농림식품기술 수준은 세계 선도 그룹에 속한다”면서 “특히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많은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쌀 자급을 달성한 ‘녹색혁명’과 사계절 신선 채소를 먹게 한 ‘백색혁명’ 등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해 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면서 “개발도상국 농업 발전의 지렛대가 되고 있는 K-농업기술 지원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2009년부터 개발도상국에 현지 맞춤형 농업 기술을 개발·보급하기 위해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센터를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22개국에 설치했다. KOPIA는 현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맞춤형 농업 기술 개발→농가 실증→시범마을 조성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지난해 사업 추진 10주년을 기념해 성과를 분석한 결과 상대 개도국에 발생한 총생산유발효과는 1억1290만달러(한화 1250억원가량)에 이른다.
2010년 7월 출범해 세네갈·가나·케냐·잠비아 등 총 20개국이 참여 중인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FACI)’는 아프리카 식량 문제의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KFACI는 우리나라 통일형 품종인 ‘밀양23호’와 ‘태백’을 이용해 2017년 세네갈에 ‘이스리(ISRIZ)-6’ ‘이스리(ISRIZ)-7’ 품종을 개발·지원했다. 지난 5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사막에서 벼 시험 재배에 성공했으며, 물 사용량을 70%가량 줄일 수 있는 ‘고랑재배’ 기술을 도입해 8월 말부터 벼 시험 재배를 진행 중이다.
허 청장의 최종 목표는 디지털농업, 청년농업인 육성, K-농업의 세계화 등을 통해 ‘살고 싶은 농촌, 삶이 행복한 농촌’을 만드는 것이다. 허 청장은 “농업은 우리의 생명줄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면서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농업인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농업인과 농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실용적인 기술의 개발·보급에 더욱 더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청장이 지난 32년간 공직 생활에서 보여준 정책기획 능력과 추진력을 감안하면 우리 농업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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