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0일’ 정봉훈 해양경찰청장 ‘4F 전략’ 취약해역 종합안전망 구축 해상경비 드론·위성 등 연구개발 박차 드론띄우면 경비정 2배이상 시야 확보 닥터헬기 같은 ‘닥터함정’ 도입도 추진

지난 25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만난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은 응급환자를 실시간으로 육상 의료기관과 연결해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까지 후송할 수 있는 ‘닥터 경비함정’을 브랜드화하겠다고 밝혔다. 해경 로고 앞에서 웃고 있는 정 청장.  이상섭 기자
지난 25일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만난 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은 응급환자를 실시간으로 육상 의료기관과 연결해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까지 후송할 수 있는 ‘닥터 경비함정’을 브랜드화하겠다고 밝혔다. 해경 로고 앞에서 웃고 있는 정 청장. 이상섭 기자

지난 24일로 취임 50일째를 맞은 정봉훈(59) 해양경찰청장은 새로운 해양경찰청의 청사진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경비·안전·수사를 두루 거친 만큼, 해양강국을 향한 그의 밑그림은 넓고도 세밀했다. 정책에 대한 구상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기획통’의 면모도 엿보였다. 지난 25일 인천 연수구 해경청에서 만난 정 청장은 의욕이 넘쳤고, 추진 중인 계획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가 거침없이 대화를 이어가면서 인터뷰는 당초 1시간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아래는 정 청장과 일문일답.

-취임 후 두 달이 다 돼 간다.

▶1만3000명에 달하는 조직을 화합해야 국민들에게 서비스도 잘 드릴 수 있다. 지금까지 해경에 공동의 목표를 담은 슬로건이 없었다. 취임 후 직접 ‘출동과 점검의 생활화(Always go and check)’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반드시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마무리하자는 자세로 임했으면 했다.

-해경의 자세인가.

▶그렇다. ‘4F(Friendly·친화적)’라는 추진전략도 세웠다. 현장 친화적 활동·국민 친화적 행정·동료 친화적 소통·미래 친화적 준비다. 4개 바퀴가 한꺼번에 굴러가야 뭐든지 잘 할 수 있다. 여기에 맞춰 모든 임무를 하자는 추진체계다. 현장 친화적 활동은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는 취지에서 정했다. 모든 치안 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예방 효과를 보자는 것이다. 매일 취약지 5곳을 업데이트해 경비함정이 순찰하는 ‘해양안전종합망’을 구축했다. 아무리 많은 정책을 만들어도 국민이 수용 안 하면 공염불이다. 바닷가에 민생 업종이 많은데, 안전 관리를 하되 생계형 사범에 대해서는 최대한 계도를 하자는 생각이다.

-2020년 해양경찰법 시행 이후 두 번째 해경 출신 수장이다.

▶우선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 조직원들을 잘 이해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대외적으로는 바다 안전에 대해 잘 알 것이란 기대를 하는 것 같다.

-해경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나.

▶다니던 초등학교가 전남 여수 검은모래해변(만성리해수욕장)에 접해 있었다. 시간이 나면 바다에 가서 수영하며 놀고 살았다. 수영하다 수업에 늦어 혼나기도 했을 정도로 바다에서 생활하다시피 했으니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해경이 국민과 가까운 일을 하는데, 모르는 사람도 많다.

▶바다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고민하다 ‘닥터 경비함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병원선이 도서지역을 다니며 진료를 했는데 거의 없어졌다. 보건복지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서 육상 병원과 화상으로 연결하는 응급의료 시스템을 마련했는데, 이를 발전시킬 생각이다. 응급환자 발생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요원이 몸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환자의 상태를 육상 의료기관에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응급조치 후 병원 이송까지 할 것이다. 닥터 경비함정을 ‘닥터헬기’처럼 브랜드화해 국민들에게도 적극 알리겠다.

-해경의 과제는 뭐라고 보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미·중 해양 패권전쟁의 전선이 동남아에서 우리 수역 근처까지 올라왔다. 중국은 동진(東進)하고 일본은 독도 쪽으로 서진(西進)해 우리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생기면서 바다가 자원·광물·생물 같은 미래 먹거리를 좌우하니 각국에서 전략적으로 전력을 증강하는 추세다. 임기 동안 노후 함정을 대체하고 대형 함정도 발주해 서해와 한일중간수역에 투입하겠다. 대형 헬기도 2대에서 3대로 늘리려고 한다.

-장기 과제도 있나.

▶바다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다. 육지에선 실종자가 발생하면 CCTV로 찾아볼 수 있지만, 바다에선 10분만 지나도 그 자리에 없다. 결국 인공위성을 띄워야 한다. 2025년에 관측위성을 쏘고, 2027년부터 통신·수색구조·관측위성을 단계적으로 발사하는 다부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색구조위성을 운영하려면 해경 위성센터가 있어야 한다. 올해부터 부지를 찾아 설계를 시작하겠다. 전문 인력도 뽑아 2025년까지 체계를 갖춰놓을 생각이다. 이들 위성이 동시에 위성센터에 보내는 자료들을 인공지능(AI)로 분석해서 안보·안전·경제·환경 위협요인을 찾아내고, 선제적으로 차단, 예방할 계획이다. ‘MDA(해양상황인식)’이라는 광역 해양 감시·정보망인데 미국과 일본에선 이미 하고 있다.

-또 구상하는 것은.

▶’드론(무인기) 모함’을 만들고 싶다. 경비함정에 드론들을 장착해 불순세력이나 실종자가 나타나면 드론 편대를 구성해 해역을 수색하는 개념이다. 경비정 1척이 좌우로 관측해야 2㎞밖에 안 되지만, 드론을 띄우면 2배 이상 볼 수 있다. 드론 10개를 띄우면 좌우 50㎞까지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경비정 속도는 시속 35~38㎞ 정도인데, 드론은 110~120㎞까지 된다. 관측 범위도 넓어지고 출동 속도도 빨라져 조기 대응이 가능해진다. 드론 모함이 해상경비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더 발전시키면 해상, 수중에서 실종자를 구조해서 모함으로 회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미래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연구용역을 하려고 한다.

-드론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해역은 육지 면적의 4.5배다. 경비정이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전체 바다의 16%밖에 안 된다. 80% 이상은 놓치는 것이다. 해양 수색과 구조는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신고시간과 출동시간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미국에서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연구를 계속하다 보면 10년 안에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상 악화 때에도 유용하겠다.

▶현재 초속 14m 이상 풍랑주의보 수준도 뚫을 수 있는 무인기들이 시중에 나오고 있다. 위성과 드론 모함 시스템을 반드시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할 때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에서 해양패권을 노리고 있는데, 국가해양력 강화 방안은.

▶국가 간 힘 대결이 바다에서 표출되는 해양패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일본, 중국과 비대칭적인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우리가 해양력을 갖추지 않으면 미래도 없고, 평화와 번영도 없다. 국가해양력 강화를 위해 함정과 항공기 등 도입을 통해 집행력을 보강하고 인공위성 등 첨단장비를 활용한 MDA의 기반을 마련하겠다.

-앞으로 연구·개발(R&D)도 중요하겠다.

▶R&D 예산을 지난해 261억원에서 426억원으로 200억원 가까이 늘렸다. 내년에는 600억원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R&D를 담당하는 스마트추진단도 상시 조직으로 직제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해경청 내 수사국을 신설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수사역량 강화 방안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 수사지휘가 제한되면서 신뢰 받는 해경 수사를 위해 지난 1년간 책임수사, 인권친화적 수사, 전문수사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3중 책임수사체계를 갖추면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율은 지난해 1월 16.3%에서 12월 5.45%로 떨어졌다. 앞으로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사법경찰관 직급 상향, 변호사 등 외부 인력 채용, 경찰관 생애주기별 교육 등으로 내실있는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겠다.

인천=강승연·신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