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쟁으로 비화된 우크라戰
숄츠 총리 ‘생존’ 이유 脫제재 시사
伊·佛·英·加·네덜란드는 “금수 지지”
유럽 분열속 러 ‘에너지 무기화’ 박차
노박 부총리 노르트스트림 1 중단위협
EU는 “8일 러産 가스 독립 방안 발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려는 미국에 힘을 보태는 안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미국이 적어도 초기엔 독자 제재를 하는 쪽으로 속도를 내는 이유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는 ‘단일대오’를 유지해왔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옥죄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에너지 부문에서 독일 등이 ‘생존’의 이유를 들어 이탈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EU가 금명간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독립선언을 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독일 “러 에너지 대안 하룻밤새 못 이뤄”=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일부러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왔다”며 “유럽에 난방, 이동, 전력, 산업을 위한 에너지 공급은 현재로선 어떤 다른 방식으로 보장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EU 안팎의 파트너와 몇 달 동안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대안을 개발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건 하룻밤 사이에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외신은 이 발언을 두고 현재로선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수입 제한을 배제하겠다는 거라고 분석했다. EU는 연간 천연가스 수요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약한 고리’가 결국 드러난 셈이다.
러시아 에너지 수입금지에 찬성하는 다른 EU 회원국도 적지 않다. 블룸버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 이탈리아가 수입금지를 지지할 거라고 했다. 슬로베이나 정부 관계자도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입금지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수요의 상당량을 원자력으로 해결하는 프랑스는 취해야 할 조치와 관련해 국제에너지기구(IEA) 내 유럽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영국·캐나다 총리와 이날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제재 관련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여기에서 실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제까지 EU 회원국 사이에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나 실질적인 제안의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발맞춰 대응해왔고, 향후 결정은 만장일치의 동일한 원칙에 따라 이뤄질 거라고 소식통은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독일이 변화할 거라는 조짐도 읽힌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노르베르트 뢰트겐 기독민주당 의원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더 나빠져야 한다는 건 냉소적인 것”이라며 러시아의 석유·가스 수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이 분열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에너지 무기화’를 본격적으로 언급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서방의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움직임과 관련, “유가 폭등이 예상을 뛰어넘을 거다. 배럴당 30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러시아는 유럽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다.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거부에 대해 준비돼 있다”고도 했다.
노박 부총리는 또 러시아~독일 직결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독일이 지난달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키로 한 데 대한 보복을 얘기한 것이다.
▶ “EU, 러시아 가스로부터 독립 선언”=블룸버그는 이날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끝낼 방안을 8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수치로는 올해엔 현행 수입량의 거의 8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EU는 10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베르사이유에서 열리는 회원국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등을 논의하며 러시아의 화석연료 의존에서 ‘독립’하는 안에 합의할 거라고 로이터도 전했다.
프란스 티머만 EU 최고 기후 대사는 이와 관련, 이날 유럽의회에 “쉽지는 않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행위는 일단 러시아가 갑자기 공급을 중단해도 EU는 이번 겨울 남은 기간을 버틸 충분한 가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번 계획엔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1550억㎥의 가스를 올해 1120억㎥로 줄인다는 목표가 담길 걸로 알려졌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러시아 이외 국가에서 가스 공급, 전기화 전환 등을 통해서다.
집행위는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전혀 수입하지 않는 스페인이 속한 이베리아반도의 가스관을 유럽의 다른 지역과 연결하고, 가스 수요의 10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불가리아에 그리스 가스관을 잇는 작업에 우선순위를 둘 예정이다. 집행위는 매년 10월 1일까지 역내 가스 저장 시설 용량의 최소 90%까지 채우도록 요구하는 안을 오는 4월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매장량 비축을 위한 공동 가스 조달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아울러 회원국에 소비자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에너지 가격 규제 지침을 제공할 예정이다. 위기로 영향을 받는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내놓는다. 재원 마련을 위해선 에너지 기업의 이익에 임시 세금을 부과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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