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 수준으로 치명성이 낮아지면서 각국이 빗장을 열고 있다. 죽음과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세계는 이제 지난 2년을 온전히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2008년 금융위기를 탁월하게 분석한 저서 ‘붕괴’로 잘 알려진 글로벌위기 전문가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는 2020년 전 세계에서 벌어진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을 촘촘히 기록하고 그 의미를 파헤친다.
특히 위급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과 강요된 선택들이 경제 측면에서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 추적한다.
애덤 투즈는 무엇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예정된 위기’였음을 강조한다. 전혀 예상치 못하거나 일어날 법하지 않은 사건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해 과소평가된 위험이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학자들이 오래전부터 경고한대로 팬데믹은 인류가 한참 전에 구축해 놓은 경로를 통해 급격히 확산될 예정이었다.
애덤 투즈에 따르면, 그렇지 않아도 2020년 세계는 이미 위기의 정점에 있었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와 유로존의 만성적 경제 불황,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포퓰리즘과 망상, 중국의 초강대국 부상과 미중 신냉전 격화, 유럽의 지지부진한 브렉시트 협상과 난민 위기, 남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불이행과 기후위기 등 위기감과 불안감이 팽배했다.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폭제로 작용했고 세계는 이에 대처할 시스템의 부재 속에 세계는 멈춰섰다.
이런 위기 인식은 사실 중국에서 먼저 나왔다. 애덤 투즈는 2019년 여름, 시진핑의 후계자인 천이신이 지적한 ‘6대 효과’에 주목한다. 세계화의 역풍, 위협의 수렴, 사회집단간 층화, 세계의 연결 등으로 여러 위험의 결합과 증폭을 경계한 것이다. 6대 효과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와 기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규모 돈풀기로 경제 개입에 나섰고, 이는 신자유주의의 위기로 설명된다.
2020년 정부 개입규모는 전쟁시에 준하는 수준으로 이뤄졌다, 부채를 연료 삼아 투기와 성장을 계속해서 가속화하는 것인데, 이런 일이 지속가능한지에 저자는 물음표를 단다. 사회와 정치가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이런 모형을 민주화할 수 있고 합법화할 수 있는지, 또한 이런 성장 모형이 만들어낼 불평등을 흡수하거나 상쇄할 방법이 있는지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2020년 셧다운에도 달러가 실질적인 글로벌 통화로서 기능한 덕에 처지가 더 나은 신흥시장국이 눈에 띠는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신흥시장국이 달러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핵심 연결점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다극화하는 새로운 세계화에도 주목한다. 지역 내 주요 강대국들이 세력을 키우고 서로 동맹을 맺거나 대립하면서 번창하거나 쇠퇴하는데,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이런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충격과 변화가 얼마나 중대하고 복잡한지를, 그리고 이런 충격과 변화에 얼마나 중요한 것이 달려 있는지를 공정하게 다루려고 했다”고 말한다. 코로나 사태를 면밀히 살핌으로써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셧다운/애덤 투즈 지음, 김부민 옮김/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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