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공식석상, 의미와 배경
퇴원후 일상 자체가 정치 재개
부친 묘소 참배 후 대구 이동
정치권 촉각…尹, 취임식 초청할 듯
지방선거 앞두고 ‘朴心’ 변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퇴원길에서 오랜만에 밝게 웃었지만, 정국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됐다. 24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삼성서울병원에서의 퇴원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즉각적으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양당 모두 극도의 신중함을 보였다. 이날 오전 당차원의 입장에 대해 민주당은 “없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보류”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퇴원 후 약 2시간 후에 서울 통의동 집무실 앞 기자실에 들러 “글쎄 하여튼 건강이 회복돼서 사저에 가시게 돼서 아주 다행이고, 저도 내주부터 지방을 좀 가볼까 하는데 퇴원하셨다니까 한번 찾아뵐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구 달성군) 사저에 가서 건강이 어떠신지 찾아뵙고…”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할지 묻는 말에 “원래 전직 대통령 다 모시게 돼 있잖아요. 당연히”라며 초청 의사를 밝혔다. 형식은 윤 당선인이 기자들과 만나 즉흥적으로 말한 모양새지만, 내용으로는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고심해 준비한 기색이 역력하다.
박 전 대통령은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건설한 ‘산업한국’과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이룬 ‘민주한국’을 관통하는 한국 정치의 아이콘이었다. ‘최순실(개명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수감에까지 이른 비운의 계절을 맞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박근혜’ 이름 석자가 가지는 정치적 위상은 상당하다. 그런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 이후 다시 한번 맞는 대한민국의 갈림길에서 신구권력이 충돌하는 미묘한 시점에 다시 ‘정치적 일상’으로 복귀한 것이다.
▶박근혜 “염려 감사”=박 전 대통령은 24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의 건강 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많이 염려를 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며 “지난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 삼성병원의 의료진,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사저로 이동해 머물게 된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퇴원 후 정치 행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퇴원을 하면서는 별다른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결정한 문재인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가지는 정치적 입지가 적지 않은만큼 앞으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최우선이다. 빠른 쾌유와 안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측은 일단 자당 출신의 전직 대통령이 특별사면 이후 정상생활을 재개한만큼 의원들별로 대응이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당장 오는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선인 측은 유영하 변호사 등 박 전 대통령 측근들과의 조율 한 뒤 당선인 취임식 전 대구 방문 여부 등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퇴원 정리 및 사저 적응 등이 끝난 이후에야 윤 당선인의 대구 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朴心, 국힘 ‘원내대표 선거’… 지방선거도 영향권=당장 국민의힘 현안으로는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가 꼽힌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유력 주자는 대표 친윤석열계 정치인인 권성동 의원과, 대표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 사이의 양강 구도 하에서 치러진다. 원내대표 선거가 워낙 결과 예측이 어렵다는 관측도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복귀 변수가 원내대표 선거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영향권 내에 있다. 눈에 띄는 인사는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김재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 퇴원 때도 병원을 찾았다. 김 의원은 병원앞에서 기자들에게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뵐 예정이다. 앞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명예회복을 위해서 저도 도울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원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진태 의원 역시 ‘강성 친박’으로 분류된다. 정치권이 박 전 대통령의 일선 복귀로 관심을 기울이는 초점은 역시 ‘정치세력화’ 여부다. 박 전 대통령의 퇴원 후 대구 사저를 방문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날 경우 ‘사저 정치’로 세력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특히 최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역시 가석방 됐다는 점도 관전포인트다. 이외에도 친박계 핵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최외출 영남대 총장 등도 박 전 대통령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함께 정치 재개 의지 등은 변수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수감 이후 재판에 참석하지 않는 등 일체의 법률적 대응을 하지 않은 바 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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