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퇴…전국 고검장 긴급회의
“검사의 존재 이유 빠진 법안” 비판
‘총장 후보군’ 고검장 용퇴 줄이을 가능성도
19년만에 평검사 회의, 사태 분수령 될 듯
[헤럴드경제=좌영길·안대용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수사권 박탈’ 입법을 저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검찰 내부에선 총장 사퇴 시점이 좋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18일 고검장회의와 19일 열리는 전국 평검사회의가 사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검찰청은 18일 전국 고검장 회의를 개최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고검장 전원이 참석했다. 회의는 비공개로 열렸고, 통상 언론에 알리는 모두발언도 따로 없었다. 긴급하게 소집된 회의니 만큼 실질적인 대응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겠다는 취지다. 이들 중 상당수가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검장들 중 일부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조종태 광주고검장은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에게 “발의된 법안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형사사법 시스템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사법경찰, 검찰수사관, 검사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빠져 있다”며 “국민이 경찰 수사에 대해 피해를 호소해도 검찰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전날인 17일 사의를 밝힌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법안의 부당성을 주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김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대검은 박성진 차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김 총장의 사직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시점은 대검 간부들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내부에선 김 총장의 사직 시점이 적절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15일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주말을 지난 시점인 18일부터 본격적으로 법안 내용에 집중해 모순점을 알려야 하는데, 검찰총장 사퇴로 인해 논점이 흐려졌다는 지적이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총장 사퇴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19일에는 전국 평검사 회의가 열린다. 전국 단위에서 평검사 회의가 열리는 것은 참여정부 때인 2003년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인사 방침에 대해 논의한 이후 19년 만이다. 일선 평검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여당과 검찰이 퇴로 없이 대립하는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7일에는 검사들 외에 수도권 검찰청 사무국장 회의도 열렸다.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대로라면 검찰수사관의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리로서의 직무수행 규정이 삭제되기 때문에 수사업무 뿐만 아니라 형집행, 범죄수익환수 등 관련 업무도 중단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형이 집행되지 않은 범죄자를 검거하거나, 벌금 미납자를 노역장에 유치하는 집행업무도 수행이 불가능해진다.
김 총장은 17일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어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모쪼록 저의 사직서 제출이 앞으로 국회에서 진행되는 입법과정에서 의원님들께서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는 작은 계기라도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1988년 검찰의 독립성을 위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됐지만, 그동안 22명의 총장 중 임기를 채운 사례는 8명 뿐이다. 김 총장의 전임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에 반발해 사직했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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