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장애인권리 예산 반영 약속하면 중단”

피해 호소 시민에 “지적엔 동의 못하지만, 죄송”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장애인 이동권 예산 반영 등을 주장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2일에도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갔다.

전장연은 지난달 30일 장애인 권리 예산 등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시위를 잠정 중단했지만 인수위 답변이 부실하다며 전날 시위를 22일 만에 재개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8시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중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정치권이 함께해달라”며 “삭발식 뒤 지하철 타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달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이 약속되고 전장연의 증인 채택이 이뤄진다고 하면 월요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저희와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을 다하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지하철 지연 운행으로 피해를 봤다는 시민으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자 “시민 분께서 지적하신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께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해서는 항상 사과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면서도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2001년부터 이야기 해왔다”고 해명했다.

경복궁역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이들은 3호선 동대입구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삭발식을 마친 전장연 활동가 10여명은 오전 9시 5분께부터 지하철 3호선 수서 방향 열차에 탑승해 동대입구역까지 이동하는 지하철 시위를 이어갔다. 동대입구역은 지난 16일 한 지체장애인이 승강장 틈에 다리가 끼는 사고를 당한 곳이다.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서 내린 박 대표는 땅바닥에 엎어져 두 팔로 몸을 끄는 ‘오체투지’ 방식으로 지하철에 올라탔다. 활동가들도 박 대표를 따라 차례로 지하철에 탑승했다.

시위로 열차는 경복궁역 승강장에 약 5분간 정차했다. 일부 시민은 “어디서 불법시위를 하고 난리냐”, “경찰은 왜 체포 안 하느냐” 등의 발언을 하며 항의했다. 열차 곳곳에서는 “끌어내라”, “서민들 다니는데 이게 뭐 하는 건가” 등 승객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열차가 출발한 오전 9시 11분께 오체투지에 동참한 장애인을 따라가지 못한 한 활동가가 빈 전동 휠체어 앞에서 “사람 어디 갔냐”며 욕설을 하면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오전 9시 30분께 동대입구역에 도착한 전장연 활동가들은 곧바로 구파발 방향 열차를 타고 경복궁역으로 이동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오전 9시57분께 경복궁역에 내린 전장연 활동가들은 마무리 발언을 이어간 뒤 오전 10시 15분께 시위를 마쳤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활동가들이 경복궁역에서 동대입구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복궁역에서는 5분, 동대입구역에서는 3분가량 지하철이 멈춰 섰지만 큰 지연은 아니었다. 동대입구에서 경복궁으로 돌아오실 때도 별다른 지연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시위에 앞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부친인 안영모 전 범천의원 원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안 위원장에게 애도를 표했다.

전장연은 이번 주말부터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추 후보자의 자택 앞에서 장애인권리 예산에 대한 추 후보자의 의견 표명 등을 촉구할 방침이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