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이후 셧다운을 반복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 천연가스 에너지, 곡물, 광물 가격까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 희토류는 아예 수출을 금지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 자원이 무기이자 곧 국력의 척도가 되는 시기다.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이 사지 않겠다고 하자 미국의 셰일가스가 유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유가에 연동되지 않아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미국산 가스는 최근 3~4년 사이 한국, 일본에 대량 수입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국가들의 경제 제재에 보란듯이 폴란드와 불가리아로 가는 가스관을 끊었고. 러시아가 팔지 못하는 가스는 중국이 대신 사주고 있다. 에너지전문가인 대니얼 예긴(Daniel Yergin)은 “마르크스와 레닌의 공산주의 이념으로 뭉쳤던 두 나라가 이제 석유와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다시 하나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자원을 가진 나라들은 이를 무기로, 외교로, 안보로 사용 중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어떤가? 유전, 가스전은 고사하고 변변한 광물 자원 하나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의 약 93%를 수입하는데 최근 자원개발 성적을 보면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2015년 말 16%에서 2020년 말 12%로 하락했다. .자원개발률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개발하거나 확보한 물량이 전체 수입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도가 여전히 형편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재 탐사, 생산, 개발 단계인 유전, 가스전 건수는 2015년 말 166건에서 2020년 말 118건으로 대폭 줄었다.

해외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신규 사업 건수도 2020년 현재 5건에 불과하다. 공기업들이 추진하던 자원개발사업들은 부실이 발생하면서 모두 적폐로 몰렸다. 그 과정에서 광구들은 모두 헐값에 팔렸다.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도 기업들이 자원개발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전이나 가스전 같은 개발은 환경에 배치된다는 프레임으로 공격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기업으로서는 투자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탄소중립이 부인할 수 없는 전 지구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자원이나 광물개발이 환경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맞다.

하지만 석유와 가스를 가진 미국과 러시아가, 희토류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리튬을 가진 중남미 국가들이 현재 보이고 있는 행보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외교적 분쟁이 발생하면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금수 조치 등의 무기를 휘두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에 직접 나서서 지분 참여나 경영권 확보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이 신자원민족주의 시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이다. 한국은 상당 기간 재생에너지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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