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205건 분석

사업주, 가해자 징계의무 등 외면

“신고했다고 보복갑질 당해” 83%

언어적 성희롱 76%·성추행 43%

조치 안할땐 노동위 시정신청 가능

#1.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A씨. 두 달이 지난 후 회사에 신고했지만 부장은 A씨에게 가해자가 했던 업무를 떠넘기거나 큰소리로 면박을 줬다. A씨의 고용노동청 신고 후에는 회사는 아예 그를 빼고 사무실 이사를 하는 등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올해 5월 제보).

#2. B씨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는 입사 후 계속 “얼굴이 내 스타일이다”라는 발언을 하며 손을 잡기까지 했다. ‘미투 사건’ 이후에는 성희롱 대신 갑질을 하기 시작했다. 업무 외 시간 연락이나 내일채움공제 탈퇴를 강요하는 식이었다(지난해 7월 제보).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자 10명 중 9명이 방치되고, 83%가 ‘보복 갑질’을 당했다는 시민단체 분석이 나왔다. 이 단체는 이날부터 노동위원회에 ‘성희롱 신고 방치·성차별 신고’ 시정신청이 가능해짐에 따라 관련 캠페인도 진행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로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사례 205건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을 신고한 노동자는 100명으로 피해자 보호 등을 받지 못한 신고자가 90%(90건)였다.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은 경우는 83%(83건)에 달했다.

분석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은 90.2%(185건)가 위력 관계를 가진 상급자에 의해 발생했다. 동료가 성희롱하는 경우는 9.8%, 제3자인 경우는 5.4%였다. 전체 성희롱 피해 205건 중 괴롭힘까지 겪은 경우는 162건(79.0%)였다. 성희롱 가해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함께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피해자에게 집단 따돌림이나 폭언 등 불리한 처우를 하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사업주는 ▷지체 없이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불리한 처우 금지 ▷비밀 누설 금지 등을 지키는 것이 법적 의무사항이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는 강은희 변호사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신고는 2126건이었지만 행정종결·과태료 부과 등까지 나아간 사례는 411건(19.3%)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치 사례의 절반이 넘는 213건은 시정완료를 이유로 행정종결됐다”며 “신고해도 실질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제보된 성희롱 유형별 통계(중복응답)에 따르면 언어적 성희롱(76.1%)이 가장 많았고 성추행( 43.3%), 시각적 성희롱(6.3%)이 그 뒤를 이었다.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차별 신고에도 고용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고용상 성차별 신고 건수는 542건이다. 이 중 성차별 신고가 들어온 사업장에 대해 근로감독을 나간 횟수는 한 건도 없었다.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 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접수된 성차별 신고 491건 중 ▷행정지도 281건(57.2%) ▷진정사건 17건(3.5%) ▷기타·취하 조치 192건(39.1%) ▷처리 중 1건(0.2%)이었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 측은 “신고 부담은 피해자에게만 있는데 고용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며 “대한민국 여성 직장인은 성희롱을 당해도 방치당하고, 성차별이 발생해도 혼자 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부터 남녀고용평등법·노동위원회법 개정으로 ▷고용상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고객 등 제3자에 의한 성희롱 신고에 대한 조치 미이행 ▷신고 후 불리한 처우에 대해 노동위 시정신청이 가능하다. 원칙적으로는 이날 이후 발생한 건에 대해 신청이 가능하지만 과거부터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면 신청 가능하다.

직장갑질119는 이날 오후 12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성희롱 방치·성차별 신고하세요” 캠페인을 진행했다. 성희롱·성차별 10대 사례 전시와 노동위 시정신청 방법 등이 담긴 ‘대한민국 직장여성 살아남기 10문 10답’ 브로슈어도 배포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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