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커지는 임피제 위법 판단…촉각 곤두선 재계

“임금체계 원점서 재검토해야 할 수도” 초긴장

각종 소송 휘말릴땐 대형 리스크…대응책 분주

나이만을 근거로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은 아니지만, 모호한 기준 탓에 향후 노사 분쟁과 관련 후속 소송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기업들은 연초 세웠던 고용 계획을 비롯해, 임금 체계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번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날 대법원은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A씨의 업무가 달라지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임금이 삭감됐고, 업무량 감축도 없었다며 나이를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해당 연구기관은 정년 60세 의무화 이전부터 정년이 61세였다. 대법원은 특히 다른 기업들과 달리 정년을 늘리지 않은 채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임금피크제를 도입 중인 국내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당수 기업들이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왔던 만큼 당장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이번 판결이 빌미가 돼 각종 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7만6507곳으로, 정년제를 운용하는 사업장의 22%에 달한다.

이미 노동계에서는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뿐 아니라 미래 인력 운영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셈이다. 향후 5년간 5만명 이상의 신규 채용을 계획 중인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어찌 됐든 기업 입장에서 차액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노조 사이에서는 관련 판결 내용을 공유하며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있어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언급했다.

경제단체들도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법의 취지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도외시한 판결”이라며 “임금피크제는 우리나라의 경직된 임금체계 실태 및 고용환경을 감안해 고령자의 갑작스러운 실직을 예방하고 새로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재계에서는 기존 법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주와 노동조합이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취지로 적힌 규정을,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명확한 기준으로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본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 등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선 최대한 노동계를 자극해선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용부 내부에선 정제되지 않은 입장이 무분별하게 표출되면서 오히려 노사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지윤·김지헌·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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