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국회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그동안 경범죄 처벌법으로만 규제했던 스토킹을 예방하고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된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스토킹 처벌법은 지난해 10월 21일자로 시행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고, 동시에 피해자 보호에 관한 내용이 명확하게 적시돼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범죄에 관한 영역에서 법의 역할과 기능은 학술적·사회적 관점에 따라 다양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법은 첫 번째로 범죄를 명확하게 정의해 예방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A라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여 잠재적 범죄자에게 경고해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 이후에는 강한 처벌로 사회 구성원 전부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으로 판단된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제정, 시행에 이르기까지 사회 내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소수의 피해자가 없도록 무결성과 완벽성을 가지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만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사회 변화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에 이를 고려하여 사전에 법제화해 준비하는 방안도 사회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한 해 네이버 국어대사전에서 제일 많이 검색된 단어가 ‘가스라이팅’과 ‘그루밍’이다. 두 단어의 정의는 각자 다르지만 피해자의 심리를 조작하여 판단력과 통제력을 상실하게 해 범죄에 악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n번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해자의 심리적·정서적 약점을 이용해 가해자의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새로운 범죄 유형으로 물리적·생물학적 증거를 남기는 기존 범죄와는 다르다. 기술 발전에 따라 범죄도 증거를 찾을 수 없는 ‘인간의 마음과 정신에 대한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정신과 마음은 인간의 뇌에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단순히 뇌의 화학적·생물학적 작용의 결과만은 아니다. 마음은 각자가 처한 상황, 환경 등 외부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성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마음은 뇌에서 파생되는 것이기에 뇌과학이 중요한 방법론으로 사용될 수 있다. 뇌과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초-응용 과학으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아직 뇌과학이 모든 것을 결정하거나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 정의와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사회, 현실사회는 아니지만 또 다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것이 이뤄지는 초연결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나’를 대체하는 아바타에게 가해지는 직접적 상해는 현행 법률로 처벌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바타에게 법적 대리인 자격을 부여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고, 범죄를 정의하는 등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는 시각 중심의 가상현실이지만 후각, 촉각과 같은 인간의 오감을 전부 사용하는 시대가 왔을 때 가상현실에서 범죄는 현실범죄 이상의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오감은 결국 뇌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이런 미래 범죄를 뇌과학을 활용해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뇌과학은 이제 실험실을 벗어나 현실과 함께하는 문제해결과 실천 지향의 뇌과학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책임행정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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