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반환 소송 패소 ‘앙심’ 추정

경찰 “흰 천 속 인화물질 챙겼을 가능성”

용의자 ‘분신 가능성’ 배제 어려워

대구 사무실 방화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CC(폐쇄회로)TV 에 포착된 모습. [독자제공]
대구 사무실 방화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CC(폐쇄회로)TV 에 포착된 모습. [독자제공]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9일 발생한 대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건물 화재 사건 용의자가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서 범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9일 대구지법에 따르면 방화 용의자 A씨(사망)는 대구 수성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의 시행사와 2013년 투자 약정을 했다.

당초 6억8000여만원을 투자했던 A씨는 일부 돌려받은 돈을 뺀 나머지 투자금 5억3000여만원과 지연 손해금을 달라며 시행사(법인)와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 화재로 7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 [연합]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 화재로 7명이 숨지고 46명이 다쳤다. [연합]

당시 1심 재판부는 투자금 및 지연 손해금 지급 의무가 시행사(법인)에게만 있다고 판단했다. 시행사 대표 B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A씨의 항소는 기각돼 해당 판결은 확정됐다.

A씨는 판결 이후 재소송에 나섰다. 시행사가 돈을 주지 않아 지난해 대표이사인 B씨 개인을 상대로 약정금 반환 소송을 다시 냈다. 9일 불이 난 사무실에 소속된 C 변호사는 이 소송에서 B씨의 변호를 맡은 인물이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 감식반이 현장에 투입됐다. [연합]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건물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 감식반이 현장에 투입됐다. [연합]

다시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B씨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시행사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실질적 지배자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법인격 남용을 인정할 수도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패소한 A씨는 지난해 말 항소심에 나섰다. 당장 오는 16일도 대구고법 변론기일이었다. 불이 날 당시 C 변호사는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는 바람에 화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용의자 A씨는 불이 난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사망자 6명도 함께였다. 이번 사건 사망자 7명은 모두 한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 용의자가 사무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대구 사무실 방화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CC(폐쇄회로)TV에 포착된 모습. [독자제공]
대구 사무실 방화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CC(폐쇄회로)TV에 포착된 모습. [독자제공]

경찰은 용의자가 이날 오전 10시 53분께 마스크를 쓰고, 건물에 들어서는 CC(폐쇄회로)TV 화면을 확보했다. 한 손에는 흰 천으로 덮은 확인되지 않은 물체를 든 상태였다. 경찰은 이 천에 덮인 물체가 인화 물질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불을 지른 방식이 분신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시신 전반에 불에 탄 흔적이 명백해 분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합동 감식을 진행해 인화 물질 등이 무엇인 지 발화 원인을 조사 중이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