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체적으로 8000명 정원 확대 가능
법 개정ㆍ융복합전공 확대도 가능
“수도권-非수도권 불균형, 지방대 소멸 가속”
“반도체 학과 보다 창의ㆍ융합형 교육과정 필요”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관련 학과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교육부가 대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2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현재 법을 정비하지 않고 대학들이 자체 조정을 통해 늘릴 수 있는 정원은 약 8000명 가량에 불과하기때문이다.
10일 교육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교육부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잇따라 방문해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과 지방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지금보다 파격적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 바 있다.
이전처럼 대학과 기업이 취업 채용조건으로 계약하는 반도체 학과 신설과 같은 개별적인 방식이 아니라 법규를 손질하고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반도체학과’ 등 직접적으로 반도체 관련 교육을 하는 학과 정원(전문대학포함)은 약 2000명 수준이며, 연관성이 있는 다른 첨단분야 전공 학과까지 포함하면 2만4000명이다.
현재 법을 정비하지 않고 대학들이 입학정원을 자체 조정해 증원 가능한 정원은 약 8000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대학의 입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입학정원 증원은 가장 파격적이지만 반대로 가장 복잡한 방안이다. 법 자체를 개정할 경우, 관련 부처가 추진하더라도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학교를 비롯한 인구집중유발시설이 수도권에 지나치게 몰리지 않도록 신·증설을 제한할 수 있게 하는데, 학교의 증설은 ‘입학 정원의 증원’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법 시행령에도 대학 입학정원 증가 총수를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도록 하는 ‘학교 총량규제’를 규정하고 있다.
장 차관은 이와 관련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 특례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입학 정원 증원의 경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고사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의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고, 같은 학교 내에서도 학과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학에서 학과를 신설하고 실제 졸업생을 배출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반도체 인재’ 수요를 충족하려면 또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과 신설이나 신입생 선발 외에 재학생 반도체 전공자를 늘리는 방식이다.
각 대학이 여러 학과 학문을 융합해 3~4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융복합 전공 트랙(과정)’을 만들면 더 빠르게 산업계가 요구하는 전공자를 배출할 수 있다.
기존의 학과 장벽이나 정원 규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만드는 융복합 과정을 정부도 권장하고 있다”며 “협소한 의미의 인력배출이 아니라 신입생뿐 아니라 재학생까지 포괄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과를 신설하는 방식은 학사운영, 실습과정, 교수 확보 등에 1~2년이 걸리고 4년간 공부하고 졸업하면 최소 5~6년이 걸린다”며 “졸업시점의 산업수요 예측, 지방균형 문제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현행 법규상 늘릴 수 있는 인원과 함께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포함해 법제 정비를 통해 늘릴 수 있는 인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산업계 요구에만 발을 맞추다 보면 대학 교육의 큰 틀이 왜곡되고 중장기적으로 수요-공급 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반도체 기업을 위한 학과 증설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창의·융합형 교육과정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특정 학과 정원을 단기간에 늘리는 것이 향후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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