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인 소신파로 꼽혔던 금태섭 전 의원이 민주당에서 불거진 팬덤정치 청산 논란과 관련해, 자신이 “‘팬덤정치’의 위력을 온몸으로 겪은 피해자 중 한 명”이라며 폐해를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24일 공개된 ‘월간중앙’에 보낸 기고문에서 “정치하면서 문자폭탄을 꽤나 받아봤다. 한번에 2만 통이 넘는 문자가 쏟아진 적도 있다. 18원 후원금도 누구 못지않게 받았다. 야밤에 전화도 많이 걸려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 전 의원은 문자폭탄을 받았던 당시를 상기하며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공유된 내용을 베껴서 보내는지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가끔 매우 창의적인 작품들도 있었다”면서 “‘계속 공수처를 반대하거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면 신체 특정 부위의 크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저주를 보고서는 웃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팬덤정치’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악감정이 있지는 않다”면서 “정작 섭섭함을 넘어서 분노가 느껴지는 건 그런 과격한 행태를 부추기고 이용하는 동료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18원 후원금 보내기’를 독려한 것도 정치인들이었다”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시기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에게 18원을 보내자’는 트윗을 올렸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일은 원래 민주당의 상대편인 새누리당 의원들을 겨냥해서 시작됐지만 곧 전선이 확대되기 시작했다”며 “탄핵 표결일에 대해 민주당과 의견을 달리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실에 18원 후원금이 쏟아졌고, 심지어는 개헌 관련 연구모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같은 민주당 의원실에도 폭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과거 ‘양념 발언’을 거론하며 “문 전 대통령이 팬덤정치를 방지할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지지자들의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과 관련해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답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당시 대응을 두고 “문 후보는 문자폭탄을 보낸 사람들을 비판하거나 자제 호소를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을 알았는지, 스스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며 “그때부터 손혜원 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은 문자폭탄을 ‘문자행동’이라고 부르면서 찬양하고 부추기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지탱해오던 자제력의 끈이 끊어졌고 둑이 터진 것처럼 시시때때로 문자폭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이 ‘저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악성 댓글을 달고 문자폭탄을 보내는 일은 결국 다 제 책임이 됩니다. 멈춰주실 것을 강력히 호소합니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문자폭탄·18원 후원금을 넘어서 개딸·양아들까지 이르는 팬덤정치의 폐해를 이 지점에서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 전 의원은 끝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폭력에 가까운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자제를 호소하고, 대통령 자신은 그런 시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만일 편을 갈라서 극한으로 싸우는 폐습을 종식시킨다면 재임 기간 가장 큰 성취로 꼽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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