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현대미술·작가 소개 발굴 공간
1개의 대공간 중심의 기둥 하나 없는 전시장
2층 작은 창과 미술 작품의 위트있는 만남
“훔쳐보고 발견하는 색다른 감상”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내부 공간은 미술관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스페이스K 서울은 미술관으로서 이곳만의 정체성과 철학을 가지고 출발했다.
이장욱 스페이스K 서울 수석 큐레이터는 “스페이스K 서울은 해외에서 역량을 인정받아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 중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해외 현대미술가를 소개하고, 저평가되거나 역량은 있지만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국내 작가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2020년 9월 개관 이후 스페이스K 서울에선 개관전 ‘일그러진 초상’을 시작으로, 미국 마이애미 출신 헤르난 바스의 개인전, 영국 개념 미술가 라이언 갠더 개인전, 독일 라이프치히 출신 부부 작가 네오라우흐&로사로이 2인전, 한국의 젊은 작가인 이근민의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는 독일의 대표적인 회화작가 다니엘 리히터의 ‘나의 미치광이웃(My Lunatic Neighbar)’ 전시를 열고 있다.
독창적이고 다양한 현대미술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은 곡면을 따라 변화하는 대공간을 기본으로 하되, 전시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구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스페이스K 서울의 설계를 맡은 매스스터디스의 강준구 소장은 “천정의 규칙적인 구조 보 모듈을 따라 벽체를 다양한 비율로 구획할 수 있다”며 “대공간을 열어놓고 낮은 구획을 전제로 전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특징은 내부엔 단 하나의 기둥도 없다는 점이다. 강 소장은 “최대한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둥이 없는 무주공간을 구현해야 했다”며 “이를 위해 약 19m의 경간을 기둥 없이 안전하게 지지할 수 있는 포스트텐션 공법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미술 작품과 공간 디자인의 만남이 위트있게 발휘된 것은 전시장 2층에 만든 작은 구멍(시창)이다. 시선의 변화는 관점도 바꾼다. 이곳으로 내려다보는 1층 대공간과 작품은 색다른 감상이 된다. 강 소장은 “시창은 전시장을 내려다 보며 대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열린 부분을 입구 쪽으로 향하게 해 하나의 오브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미술관의 입장에선 이 공간의 활용이 고민이었다. 이장욱 수석 큐레이터는 “전시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 경험을 주면서도 의외의 공간에서 작품을 관찰할 수 있는 시도가 관람의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전시마다 작품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작은 창에선 독일 회화 작가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예술가가 되기로 한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굳건하다 생각하는 가치관과 규정을 깨고, 새로운 의미를 담아낸다. 작은 구멍을 통해선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작품이 포착된다. 정면의 기둥으로는 ‘무제’(Ohne Titel, 2014)가 보이고, 측면으로는 ‘새의 외출(Bird’s Day Out, 2019)’이 보인다.
이 수석 큐레이터는 “이 공간은 마치 사적인 공간을 훔쳐보는 듯한 시선도 느낄 수 있는 장소”라며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시선, 숨겨진 것을 찾는 시선, 훔쳐보는 듯 한 시선 등 세 가지 코드 중에 하나와 가장 적합한 작품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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