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여러 트랙으로 대북 접근…그보다 더 담대해야”

“경제혜택을 안보와 연관 제시…경제흡수라 생각할 수도”

“DJ ‘베를린 선언’·文 ‘新베를린 선언’보다 구체성 떨어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北 우선순위 밀려나는 환경도 우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자료사진.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자료사진. [평양 노동신문=뉴스1]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대북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표류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일제히 ‘현실성’을 지적했다. 특히 군사안보 조치에 대한 발표가 제외되면서 북한의 유인책이 부족하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의 차별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름처럼 ‘담대하기’ 위해서는 변화한 국내외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꼽힌다.

30일 통일부가 주최한 한반도국제평화포럼 ‘담대한 구상’ 세션에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이번 정부의 안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어떻게 다르냐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어떻게 다른가가 더 궁금한 부분”이라며 “지난 정부가 평화, 종전협정 등 여러 트랙으로 대북 접근을 했었기에 그보다 더 담대해야 ‘담대한 제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변화한 북한의 환경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 교수는 “핵보유국 지위가 북한 체제에서 갖는 가치와 자력갱생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것은 흔들 수 없는 국정 운영 기조”라며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기에 김 부부장이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바꾸겠다’는 전제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2019년과는 다른 북한을 상대하고 설득해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구상보다 몇 배 더 담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대한 구상’을 처음 발표하면서 경제적 조치를 강조하고 정치·군사적 조치가 제외되면서 북한에 온전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캇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체제 안전’을 원하는데 경제적인 혜택을 안보와 연관 지어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담대한 구상’을 접했을 때 경제흡수를 위한 구상을 내놓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보통 ‘밝은 미래’나 경제발전 등 막연한 이야기로 비핵화 이후의 북한을 유인해보려고 하는데 그보다 핵을 포기했을 때 군사·안보적인 부분에서의 플러스 요인에 의한 북한의 비전을 담대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담대한 구상’이 남북정상회담을 견인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新)베를린선언’과 비교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신베를린 구상에는 구체적으로 경제협력과 북한 체제안전 보장,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내용이 들어있고, 경제, 정치·군사적 제안을 하면서 대북특사 교환 등 신뢰를 쌓을 제안을 함께한다”며 “중요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의 차별점으로 ‘공고한 한미관계’를 강조했다. 이주태 통일정책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한미관계는 지난 어떤 정권보다 공고한 관계를 구축하기에 ‘담대한 구상’은 한국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 미국과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제안을 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제안이기에 북한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북핵문제가 각국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릭 발바흐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유럽 안보 질서가 변하는 상황에서 유럽 의회, EU 회원국, 학계, 기관들이 북한 문제에 큰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는 않다”며 “중러가 미국과 적대시하는 상황에서 담대한 구상의 실현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정 교수는 “북한이 미중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미국의 안전보장을 받는 것이 그렇게 핵심 사안이 아닌 시대로 접어든 것 아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한국이 미국의 대중 전략에 협력하니 미국도 한국의 대북정책에 힘써달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미국이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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