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젊은 ADHD의 슬픔’울 통해 주목할 만한 작가로 떠오른 정지음의 첫 소설이다. 새내기 직장인이 스타트업에서 겪는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언러키한’ 일상을 26편의 에피소드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무대는 국제마인드뷰티콘텐츠그룹. 알듯 모를 듯 수상한 회사 이름처럼 대표 박국제, 일명 제임스는 뭔가 ‘꾼’ 같은 냄새가 나는 인물이다. 그런데 취업난 답게 직원 셋은 유학파, 대기업 출신 등 스펙이 좋다. 김다정, 나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일을 잘 해내겠다는 각오가 캔디 만큼이나 굳다. 대표가 지어준 이상한 영어 이름을 갖게 된 직원 셋은 각자가 1인 팀의 유일한 팀원이다.

회사 매출도 웬만한데 ‘수면 닥터 제임스의 슬리핑 뷰티’라는 식의 강의 시리즈가 먹히는 까닭이다. “뇌가 예쁜 사람은 가난해지지도, 무식해지지도, 불행해지지도 않는다는 것이 박국제발 ‘마인드 뷰티’ 세계관의 핵심”이다. 40,50대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며 박국제를 추앙하는 온라인 카페도 생긴다.

MBTI가 ISTJ가 아니어서 면접에 합격한 나는 박국제의 화와 트집, 행패 등 비상식적 행동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임계점에 다가가고 있다. 그러던 중 맥북에 윈도우를 깔아 달라는 박국제의 닥달에 그의 컴퓨터를 손보다 인스타그램에서 음침한 행보를 목도하게 된다.

스타트업 대표의 갑질과 꼴불견, 직원들의 대처법과 속내 등 있을 법한 직장 내 풍경을 발랄한 MZ세대 어법으로 그려내 공감과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웃음은 갈수록 서늘함으로 바뀌는데,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 노사간 진실게임을 부추기는 예능 프로그램 ‘갑을전쟁’'에서 다정과 박국제가 맞붙으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노동 사각지대인 스타트업과 기이한 직장문화를 편집 없는 리얼 예능처럼 노골적으로 담아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언러키 스타트업/정지음 지음/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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