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원로 배우의 무대 사랑

이순재의 버킷 리스트 ‘갈매기’

신구의 연기 열정 ‘넓은 하늘의…’

이순재의 버킷 리스트 ‘갈매기’ [아크컴퍼니 제공]
이순재의 버킷 리스트 ‘갈매기’ [아크컴퍼니 제공]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에요. 등장하는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고, 그 안에 담긴 사상과 철학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작품이 살아나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의 연기력이에요. 최선을 다해 연기했습니다.” (배우 이순재)

대중문화계를 지탱해온 원로 배우들이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배우 이순재(88)와 신구(86)다. 노(老)배우들은 연극계의 ‘믿고 보는 티켓 파워’가 됐다.

이순재 “갈매기는 버킷리스트 같은 작품”

10일 국내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순재가 연출하고 출연한 연극 ‘갈매기’와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는 일간 티켓 판매 순위에서 톱5(10일 기준)에 이름을 올렸다.

두 작품 모두 2030 관객 비율이 상당히 높다.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는 65.7%, ‘갈매기’는 59.1%를 차지하고 있다.

이순재의 버킷 리스트 ‘갈매기’ [아크컴퍼니 제공]
이순재의 버킷 리스트 ‘갈매기’ [아크컴퍼니 제공]

세계적인 극작가 체호프의 4대 희곡으로 꼽히는 ‘갈매기’(2월 5일까지·유니버설아트센터)는 이순재의 ‘오랜 꿈’이었다. 스스로는 “66년 연기 인생의 버킷리스트”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 체호프의 희곡을 연출하고 싶다는 꿈을 꾸준히 간직하다 아흔을 앞두고 ‘꿈의 무대’를 올리게 됐다.

작품은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 뜨레블레프와 배우를 꿈꾸는 니나의 좌절된 꿈과 사랑을 그린다. 연기 전공생이라면 학교 때부터 한 번 이상은 접해온 ‘갈매기’는 제정 러시아 시대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메시지를 펼쳐낸 ‘연극의 고전’이다. 이순재는 “이 연극은 30대의 체호프가 빈민층에 대한 연민과 귀족사회의 몰락, 시대 개혁의 의지를 담아 쓴 작품”이라며 “체호프의 작품은 시대마다 던져지는 메시지가 있다. 이 안에 담긴 메시지와 사상을 관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전의 가치는 영원하다. 이순재는 “고전은 시대와 나라를 초월해 메시지를 준다”고 강조했다. 2022년으로 날아온 ‘갈매기’는 지금 이곳의 관객에게 청춘의 좌절을 이야기한다. 이순재는 “작품 속 갈매기가 자유롭게 날지 못하고 총에 맞아 죽는 것처럼, 이 안의 젊은이들도 기성세대가 만든 체제에서 원대하고 아름다운 꿈을 펴지 못하고 좌절한다”며 “이러한 체제에선 젊은이의 미래는 없다고 비판한 체호프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구, ‘넓은 하늘의…’ 합류…“연극은 늘 돌아오고 싶은 곳”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에 출연 중인 신구 [극단 수 제공]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에 출연 중인 신구 [극단 수 제공]

배우 신구는 지난해 연극 ‘두 교황’을 마치고 두 달여 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2월 19일까지·국립극장 달오름)를 통해서다.

평생을 무대에서 살면서도 신구에게 무대는 언제나 서고 싶고 돌아오고 싶은 곳이다. 초연작이었던 ‘두 교황’을 통해 베네딕토 16세 역할을 맡아 지난 8월 말부터 두 달간 무대에 선 신구는 쉴 틈도 없이 새 연극 연습에 돌입, 다시 무대에 섰다. ‘두 교황’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배우의 연기 열정과 무대를 향한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신구는 “두 교황‘을 무사히 마치고 바로 섭외가 들어왔다”며 “(건강 상태를 보니) 진행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연극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는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신구와 함께 하는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에선 모든 배우들인 충청도 사투리를 쓴다. 작품의 배경이 충청도 어느 소도시이기 때문이다. 폐관을 앞둔 영화관 ‘레인보우 씨네마’의 극장주 조한수와 아들 조원우, 극장의 첫 주인이었던 조병식 3대를 중심으로 오래된 극장과 추억을 쌓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피니트 이성열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작품의 큰 메시지는 ‘공감’이다. 신구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 바쁜 물결 속에서 놓치는 게 많을 거 같다”며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그런 연극”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