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첨예한 여야 갈등 속 길잃은 규제개혁 입법

10년 동안 규제법안 총량 1만5000여건 유지

국회 내부서도 ‘과잉입법’ 자성 목소리…규제영향평가 도입 추진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뒤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뒤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관행과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깨야 한다. 더 민첩하고 유연한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세종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의 체질 개선을 주문하면서 이 같이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주요 중점 과제들을 관리하고 부처 협업 등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중점 과제 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규제 개혁 및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경제 6단체장을 만난 뒤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이처럼 각종 규제에 대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과 규제개혁 법안에 대한 첨예한 의견 충돌 등 난맥상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12일 정치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윤 정부 출범 후 8개월 동안 발의된 규제 완화 법안은 모두 55건이다. 이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실제 통과한 법안은 26건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기업 규제 법안은 83건에 달한다. 정부가 규제 1건을 폐지하는 동안 국회에서는 3건 가량의 규제안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본회의 통과가 시급한 산업계 지원 법안도 국회에서 논의가 막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례로 반도체의 경우 ‘한국판 칩스법’이 여야 입장차로 2월 중 처리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대만은 지난달 7일 대만판 반도체법인 ‘산업혁신 조례 수정안’을 2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통과시키고 연내 시행에 들어갔다.

정권 교체가 이뤄져도 규제개혁 논의가 도돌이표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규제정보포털로 본 규제입법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등록된 국내 규제는 총 1만4961건으로 10년 전 정부가 발표했던 1만4857건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1만5000여건의 규제 총량이 유지된 것으로, 한쪽에서 규제를 없애는 법안이 통과해도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규제를 끊임없이 만들어 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는 직접적인 규제는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분석한 지난 5년 동안의 신설·강화 규제법률은 총 304건(공포기준)으로, 그 중 절반에 달하는 151건은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경제적 규제에 해당됐다.

151건 가운데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저해하는 진입규제는 114건(75.5%)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외에도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관련 경쟁규제가 22건(14.6%), 가격규제는 15건(9.9%) 등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304건의 규제법률을 입법주체별로 분석한 결과 의원입법이 총 271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설·강화된 규제법률 10개 중 9개는 의원 발의에 따른 입법이었다”면서 “의원 발의된 규제법률안은 정부 발의와 다르게 규제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규제관리의 사각지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 내에서 과잉입법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의원입법에 대한 국회 차원의 규제영향평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무분별하게 발의되는 규제 법안에 대한 제어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규제영향평가가 실제 도입될 경우 의원들 사이에서 ‘일단 법안을 발의하고 보자’는 풍조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