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7사단 해체 후 인근 상인들 ‘울상’
“매출 반토막”·“상권 초토화”라며 입 모아
‘사스베이거스’로 불리던 사방거리도 썰렁
화천군 “특화산업단지 조성 지역경제 회복”
[헤럴드경제=신대원·박상현 기자] “이기자부대가 있을 때는 주말 하루에 150만원 정도 매출을 올렸는데, 요즘은 3만~4만원밖에 안 돼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조모 씨는 육군 제27보병사단(이기자부대) 해체 뒤 변화를 묻는 말에 이같이 토로했다.
화천군에는 과거 육군 7사단, 15사단, 27사단 등 3개 사단이 위치했다. 군인들의 소비 활동이 지역 상권에도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병역자원 급감의 여파 속 이기자부대가 창설 69년 만인 지난해 11월 30일 해체됐다. 전군에서 유일하게 행동실천형 별칭을 달고 있던 이기자부대가 저출산에 손을 든 셈이다.
이기자부대뿐이 아니다. 육군 제6군단 진군부대와 제23사단 철벽부대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올해 육군 8군단, 그리고 오는 2025년 28사단도 해체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헤럴드경제는 군부대 폐지로 지역상권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강원도 화천군 일대를 찾았다.
장병들이 주로 찾던 숙박업소와 PC방 등의 타격이 특히 컸다. 조씨는 “예전 주말에는 99%가 군인 손님이었다”며 “군인이 없으니 당연히 매출이 바닥이다. 동네 경기가 말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27사단 본부가 자리했던 사내면 사창리 일대 거리는 썰렁했다. 외출·외박·휴가를 나오는 군인들이 없다보니 택시 승강장이나 버스터미널도 텅 비어 있었다. 택시 승강장에서 20분가량 기다린 끝에 만난 택시 기사 김모(72) 씨는 “여기서 택시 기사를 50여년 했는데 지금 보통 문제가 아니다”며 “옛날에는 하루에 10만원 벌었다면 지금은 5만원도 못 번다. 병력이 빠지면서 완전히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사내면 토박이인 이해복(65) 화천군 사내면 상가번영회장은 “지금 상가들의 주말영업은 아예 없다”며 “장병들이 한 5000여명 줄었다는데, 매출이 60~70%는 줄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이제 면회자도 없으니 매출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 제일 많이 피해를 보는 곳이 PC방과 모텔”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27사단 본부가 나간 뒤 15사단 본부가 오긴 했지만 영향은 미미하다고 했다. 그는 “특별한 변화는 없다”며 “사단은 다 정착됐는데, 아직 가는 사람만 있지 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지역상권 붕괴는 사내면만의 일이 아니다. 27사단 예하부대 인근 ‘사방거리’도 쇠락하고 있었다. 화천군 상서면 산양2리 인근 상가들이 밀집한 사방거리도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점심 무렵에도 문을 열지 않은 식당이 대부분이었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이 문 사이에 끼어 있었고, 우편물들이 쌓여 있는 등 오랫동안 문을 열지 않은 흔적이 여실했다.
이곳에서 35년간 중식당을 운영한 윤모 씨는 “예전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고 차 댈 데도 없었다”며 “이기자부대가 없어진 뒤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윤씨는 “6명 있던 종업원도 다 내보내고 지금은 가족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한 PC방은 문을 열었지만 아예 불을 꺼놓고 있었다. PC방 사장 장모 씨는 “손님이 없으니 불을 꺼놓은 것”이라며 “그나마 코로나19 전에는 장병들이 일과 후 외출이라도 나왔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기자부대가 있을 때만 해도 괜찮았다”면서 “다른 부대가 들어왔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하루 매출이 2만원도 채 안 돼 손님이 없는 낮에는 불을 꺼둔 채 가게 문만 열어 놓는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이기자부대 해체 외에도 위수지역 확대와 코로나19 확산을 상권 몰락의 원인으로 들었다. 사방거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스베이거스’로 불릴 정도로 근방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화를 찾기 어렵다. 사스베이거스는 외출·외박·휴가 나온 장병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술집이나 다방, 여인숙 등이 많아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데서 붙은 별명이었다.
장병들의 명찰과 계급장을 ‘오버로크’하는 수선집을 25년간 운영해 온 박모 씨는 “80년대 중후반만 해도 술집, 다방이 20개가 넘어 바글바글했다”며 “장병 가족들이 면회오면 잘 방이 없어서 여인숙 주인들이 안방을 내줬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그는 “사스베이거스라고 불린 적이 있지만 지금은 위수지역이 풀리면서 춘천으로 다 나가고 하니 옛날얘기일 뿐이다”고 말했다.
지역상권이 휘청거리자 지방자치단체 나름대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화천군은 이기자부대 해체 후 상인들을 위해 사내면 일대 ‘특화산업단지’ 조성을 준비 중이다. 기업 유치로 근로자들이 늘어나면 경제활동과 소비 등을 통해 지역경제 회복과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화천군 관계자는 “특화산업단지를 준비해 부대구조 개편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실무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영상=윤병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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