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작가 시절 나는 정말 많은 장애인과 그의 부모들을 만났다. 내가 라디오에서 맡았던 프로그램이 ‘내일은 푸른 하늘’이라는 장애인 대상 방송이어서다. 물론 문학이나 시사 프로그램 그리고 인물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집필했지만 장애인 프로그램은 내가 작가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31년 동안 계속했다.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인 1981년 즈음엔 장애인의 삶이 참으로 팍팍했다. 혼자 휠체어 바퀴라도 굴릴 힘이 있는 사람은 손기술을 익혀 뭐라도 하면서 살았지만 장애가 심한 사람은 문지방도 넘지 못해 방안에 갇혀 창밖 세상을 그리워하며 글을 썼다. 그것이 시가 되고 수필이 되고 때론 소설이 돼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통해 발표됐다. 내 작가활동의 큰 보람이었다.

그 당시에도 그림을 그리는 장애인이나 연주하는 장애인 소식은 이따금 들었지만 그분들의 활동이 세상 밖에 나오기는 여의치 않았다. 장애예술인들은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19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되고 이어서 장애인올림픽도 열리면서 장애인체육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장애인 선수들이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대한민국을 대표해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장애인 선수들은 메달을 획득하면 연금도 받을 수 있어 비장애인 선수와 동등한 처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장애예술인들은 여전히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었다. 장애예술인이 법적 지위를 얻은 것은 2020년 장애예술인지원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이제 장애예술인의 작품(창작물)을 우선 구매하는 제도까지 시행되니 필자는 이 변화가 기적처럼 느껴진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장애인이 그린 그림을 사서 벽에 걸고 장애예술인의 음악, 연극, 무용 등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아오는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설렌다. 이런 변화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입법부와 행정부다. 입법부에서 ‘우선 구매기관’은 구매 총액의 3%를 장애예술인 창작물로 먼저 구매하라고 법으로 규정한 것을 정부가 굳은 의지를 갖고 시행하는 것이니 말이다.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 구매제도’는 생산자인 장애 예술인과 소비자인 고객을 빠른 속도로 연결해줄 것이다. 이 제도가 자리 잡으면 장애예술인에게 경제적인 보상은 물론 더 많은 발표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장애예술인의 창작활동이 활기를 띠면 장애인예술도 전성기를 맞게 될 것이다.

철학자 넬슨 굿맨은 ‘예술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신 ‘어떤 대상이 언제 예술작품이 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예술의 범위를 확장시킨 질문인데 나는 장애인예술이 무엇이냐고 묻는 분들에게 “장애예술인 창작품을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을 때 최고의 예술품이 될 수 있다”고 말하겠다. 이 제도를 계기로 창작물 소비자인 감상자는 한층 더 성숙할 것이다.

예술이 지닌 호소력은 강력하기에 장애인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의 편견을 버리게 돼 장애인 차별이 사라질 것이다. 예술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감상하는 일은 심미적 경험에 특별한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애예술인 창작물 우선 구매제도’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아름다움이 주는 기쁨을 더하는 멋진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