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정부에 공정거래 규제 개선 건의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에 공정거래 규제가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하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5일 지난달 23일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해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저해하는 공정거래 규제 개선 의견’을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2021년 기준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규모는 2조9251억원 수준이다. 약 3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의해 집행되고 있지만 이같은 대규모 활동을 공정거래법상 규제들이 발목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주회사 차원의 규제가 장애인 사업장의 외형 확대를 오히려 방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법에 따르면 상시고용인원이 50인 이상인 기업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하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장애인을 일정비율 고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그룹들은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자회사 형태의 장애인 표준사업장(기업이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제공을 하기 위해 설립·운영되는 기업)을 설립하기도 한다. 이 때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출자한 비율만큼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주회사 기업집단’은 이같은 출자에 제약이 많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공동출자가 금지돼 공동출자를 통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계열사간 공동출자를 통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에 자유로운 것과 대비된다. 만일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계열사의 공동출자를 해소하고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자회사 형태로 각각 따로 설립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각각 별도로 설립돼 사업자 규모가 영세화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게 된다.
전경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에 지주회사 계열사 공동출자 금지 예외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며 “아니면 장애인고용법에서 공정거래법 일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예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관계자가 돈을 출연하면 출연받은 비영리법인이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총수) 혹은 동일인 관련자(계열사, 임원, 배우자, 친인척 등)가 함께 비영리법인에 총출연금액의 30% 이상 출연한 경우 해당 법인을 기업집단의 범위 안에 포함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총 출연금액’ 산정 기준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그래서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 임원 등이 비영리법인·단체에 일정 규모 이상 출연하면 해당 비영리법인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재계에선 대기업집단의 총수, 동일인 관련자(계열사)가 비영리법인에 기부하는 경우, 기부를 하지도 기부를 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만일 비영리법인의 규모에 비해 큰 금액을 기부하면 동일인관련자(계열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만일 지정자료 등 제출 시 동일인관련자(계열사)에서 누락하게 되면 대기업집단의 총수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이때 비영리법인도 특정 기업집단의 계열사에 편입되면 다른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 결과적으로 소규모 비영리법인보다 규모가 큰 비영리법인에 기부가 몰리는 불합리한 효과 역시 나타날 수 있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의 총출연금액 기준을 설립 목적의 출연재산 또는 기본재산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규제가 기업의 사회공헌을 저해한다고 보고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법이 만들어졌지만,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대부분은 총수 등이 기존에 보유하던 지분을 증여받은 것으로 사실상 의결권 주체만 변경된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의 경우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이 없다. 발렌베리(스웨덴), 보쉬(독일), 칼스버그(덴마크) 등과 같이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집단 지배사례가 많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마저 각종 공정거래 규제로 제한받고 있다”면서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 관련 규제만이라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폐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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