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쿄)=손미정 기자] “제 또래 중엔 한국 싫어하는 사람 없어요. 가끔 한국이 아직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노인이 있긴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경제니, 정치니 관심 없어요.”(33세 회사원 사토 가오리)
한일 관계에 훈기가 돌고 있다. 과거사,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이슈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지만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확실히 커진 분위기다. 일본내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 14일 도쿄 번화가인 신주쿠거리에서 만난 사토 씨는 최근 한일 정상들의 외교행보를 지켜보며 “일본에서 한류가 외교관계의 영향을 받을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에겐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이미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반한(反韓) 감정이 있는 사람은 그냥 공격할 대상이 필요한 것뿐”이라면서 “한일 관계가 더 좋아지려면 이유 없이 한국을 비난하기만 하는 기존 세대부터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부야의 대형 음반판매점에서 만난 10대 고등학생들은 “한국에 너무너무 가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교내 동아리 친구라는 이들은 “K-팝 아이돌 음반을 구경하러 왔다”면서 최근 양국의 외교적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한국 아이돌과 가수들을 좋아한다. ‘세븐틴’이 인기가 많다”면서 “한국은 동경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관심 있게 지켜본 이들도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만난 안도 지히토(46) 씨는 “두 나라 정상이 지속적으로 스킨십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에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단연 대화”라고 했다.
그는 두 나라의 관계가 진정성 있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교육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도 씨는 “비단 일본뿐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가 역사를 가르치는 데에서 과오를 감추고 싶어한다”면서 “감추는 것 없이 젊은이들이 스스로 역사관을 확립할 수 있게 해야 진실된 양국 관계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일 관계 해빙 무드에 힘입어 최근 일본 여론 일각에서는 한국에 대한 외교적 공세를 주장하는 강경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외교적 문제와 별개로 한국 문화를 즐기고, 한류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신오쿠보에서 한 40대 중반의 남성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놓고 최근 일본 정치권의 기류도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집권 자민당 등 정치권에서는 지지층이 점점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인 젊은 층의 지지를 어떻게 얻어야 할지가 최대 과제 중 하나”라면서 “이미 문화계에서는 한국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는데 정치권만 언제까지 젊은 층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한국과 싸우기만 할 것이냐는 문제의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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