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전통’ 아닌 ‘오늘의 전통’
김리을의 디자인엔 한국이 담긴다
김리을의 디자인엔 한국이 담긴다. 그가 그리는 한국은 박물관에서 보던 ‘박제된 전통’이 아닌, ‘지금 시대’에 맞는 ‘오늘의 전통’이다. ‘한복 의상’에서 시작해 슈퍼카 디자인까지 영역을 확장했고, 이젠 ‘리을’ 가치가 삶의 곳곳에 스미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한복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린 김리을의 경계 넘는 행보는 한계가 없다.
▶BTS 한복 정장에서 시작해 전시까지=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10월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에 출연했을 당시 선보인 김리을 디자이너의 한복 정장은 경계를 넘어 전시로 영역을 넓혔다. 지민의 옷은 춘천의 ‘한옥 골프장’인 라비에벨 골프&리조트, 제이홉의 의상은 경주 코오롱호텔, 슈가의 옷은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에서 전시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전시 콘셉트다. 이 안엔 BTS의 세계관과 리을의 브랜드 정체성이 어우러졌다. 라비에벨 골프&리조트에선 브랜드 리을을 눕힌 쇼룸에 지민의 의상을 전시하고 그것을 마주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꾸몄다. BTS가 꾸준히 강조해온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나에 대해 묻고, 한복을 입었던 때는 언제인지 질문을 던져보도록 기획했다”는 것이 김리을의 설명이다. 의상을 통해 자아를 들여다보고, 문화를 만나는 전시다.
의상은 전시로 이어지고, 전시는 미래의 예술가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에 다다른다. 제이홉의 의상이 전시된 경주 코오롱호텔에선 김리을과 협업해 ‘매일매일 사생대회’를 열고 있다. 코오롱호텔에 숙박하는 아이들에게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제공해 체크아웃 때까지 그림을 제출하도록 하는 미래 아티스트 발굴 프로젝트다. 김리을은 “6개월에 한 명씩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를 뽑아 예술적 재능을 찾아주고, 호텔의 최상급 객실인 자미원에서 숙박을 제공하는 문화 기획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묵화 그려진 슈퍼카 맥라렌=영국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이 ‘리을’을 입었다. 지난해 협업한 이 프로젝트는 맥라렌이 한국 전통을 기반으로 한 첫 프로젝트라는 점, 그 주인공으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김리을이 낙점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업이 됐다.
맥라렌 한국 에디션의 외관 디자인을 의뢰받은 김리을은 수묵화를 슈퍼카에 접목했다. 스피드와 테크닉을 상징하는 슈퍼카와 단아하고 정적인 한국 디자인의 이질적인 조합이 낯선 아름다움을 끌어낸다.
화려한 원색의 슈퍼카 사이에서 정제된 우아함이 돋보이는 맥라렌의 한국 에디션은 내부엔 첨단 소재와 전통 소재를 접목, 곳곳에 수묵화 문양을 넣었다. 시트는 초록색으로 여름의 느낌을 줬고, 휠은 겨울 나뭇가지를 테마로 삼아 ‘대비의 미학’을 살렸다.
김리을은 “슈퍼카마다 각자의 특징이 있는데 맥라렌은 동글동글한 모습이 고려청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디자인 콘셉트를 고려청자로 잡고, 그 안에 학과 소나무, 산 등을 흑백의 대비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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