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90% 장악…10위권 포스코퓨처엠 유일
포스코퓨처엠 2030년 목표 26만→32만t으로 상향
LG엔솔·SK온, 해외 음극재 기업과 공동개발협약 체결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며 국내 소재·배터리 기업들이 앞다퉈 음극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음극재는 양극재와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배터리 원가에서 음극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양극재보다 적지만, 중국이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어 미국의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1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음극재 판매 상위 10개사 중 7개사가 중국이었다. 베이터뤼(BTR), 즈천과기(Zichen), 산산과기(ShanShan) 등 중국 업체들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했고 일본 히타치·미쓰비시, 한국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게 10권에 이름을 올렸다.
양극재가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배터리 출력을 좌우한다면, 음극재는 배터리의 충전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 배터리 원가에서 약 14%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양극재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35% 이상을 차지해 비중이 더 크지만 에코프로, 포스코, LG화학 등 국내 업체를 비롯, 일본 및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 다수 포진해 있어 상대적으로 공급망 안정성이 높다.
중국이 음극재 생산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이유는 그 원료인 흑연에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흑연은 전 세계에 약 7100만t이 매장돼 있는데, 이중 중국 매장량이 5500만t으로 약 77%를 차지한다. 광물 원료를 가공해 제품화하는 제련 시설도 중국에 집중돼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재 포스코퓨처엠은 세종 2곳(7만4000t, 천연흑연), 포항 1곳(8000t, 인조흑연) 총 3곳에서 연 8만2000t의 음극재를 생산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를 2030년 32만t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지난해 설정한 목표 26만t에서 목표치를 대폭 높여 잡았다.
포스코퓨처엠은 1만t 규모의 인조흑연 2단계 공장을 증설 중이다. 또 약 5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포항에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흑연계 음극재에 4~5%의 실리콘을 첨가해 만든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보다 고용량·고출력의 성능을 갖고 있어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일부 차량에 탑재되는 SiOx(실리콘 산화물)뿐만 아니라 Si-C(실리콘 탄소 복합체), Pure-Si(퓨어 실리콘) 등을 개발해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할 계획이다. 대주전자, 한솔케미칼 등도 실리콘 음극재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LG화학, SKC 등도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달 SKC와 흑연계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10배 수준인 리튬메탈 음극재 개발에도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 역시 음극재 확보를 위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호주 배터리 소재·장비 기업인 노보닉스와 인조흑연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특히 3000만달러(약 386억원)를 투자해 노보닉스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동개발에 나서는 대가로 일정 기간 노보닉스의 생산 물량을 독점 공급받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음극재를 확보한다. 기대 물량은 향후 10년간 5만t 이상이다.
특히 노보닉스가 미국 테네시주에 인조흑연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LG에너지솔루션은 주목했다. 북미 내 소재 공급망을 구축해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효과적으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K온도 지난 5월 웨스트워터 리소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3년간 양사는 SK온 배터리에 특화된 친환경 고성능 음극재를 연구·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웨스트워터는 미국 앨라배마주 흑연지대에 위치한 쿠사 카운티의 탐사·채굴권을 갖고 있으며 인근에 흑연 정제 공징도 짓고 있어 경쟁력이 높다. 지난 1월에는 애리조나주에 음극재 생산라인을 구축 중인 우르빅스와도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