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닐 불법 처방 혐의로 의사 구속기소 첫 사례
업무 외 목적으로 패치제 4826매 처방 발급 혐의
또 다른 의사도 재판에…처방받은 매수자도 기소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제한적 사용 약물
검찰, 최근 10대 20대 중심 펜타닐 확산세로 파악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른바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한 혐의로 현직 의사가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의사가 펜타닐 불법 처방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은 27일 마약류관리법 위반(마약) 등 혐의로 가정의학과 의사 A씨(59)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형외과 의사 B씨(42)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의사인 A씨와 B씨에 대해 의료법에 따라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도 의뢰했다.
펜타닐 판매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후 집행유예 기간 중 대량의 펜타닐을 처방받아 매수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를 받는 C(30)씨는 지난 4월 먼저 구속 기소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C씨에 대해 총 304회에 걸쳐 업무 외 목적으로 펜타닐 패치제 총 4826매의 처방전을 발급한 혐의 등을 받는다.
펜타닐은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에 이르는 오피오이드계의 마약성 진통제다. 중독된 사람들이 길거리에 늘어진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좀비마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여서 말기 암환자 등 극심한 통증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약물로, 신체적 의존성·내성·탐닉성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복 사용할 경우 신경계의 수용체 자체를 손상시켜 투약을 중단하면 더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단약이 어렵다고 한다.
검찰은 미국의 경우 2021년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10만7622명 중 약 67%가 펜타닐로 인해 사망했고, 18~45세 사망원인 1위가 펜타닐 중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불법제조·밀수된 펜타닐이 주로 유통되는데, 국내에서 불법 유통되는 펜타닐은 대부분 마약성 의약품으로 처방된 ‘펜타닐 패치’라고 한다. 검찰은 필로폰 같은 전통적 마약류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의료용 마약류로 유통되고 있어 국내에선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펜타닐은 과다 복용할 경우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르는데, 치사량은 0.002g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C씨 한 사람에게만 처방한 4826매의 펜타닐 패치가 약 4만538명 치사량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패치 1매에 함유된 펜타닐을 감안할 때 1매당 3일 사용 기준으로 처방권고량은 연간 120매인데, 2년반 동안 한 사람에게 처방된 것만 40년치에 달하는 셈이다.
B씨는 2021년 6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C씨에 대해 총 56회에 걸쳐 업무 외 목적으로 펜타닐 패치제 총 686매의 처방전을 발급한 혐의를 받는다. C씨에게는 2020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16개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제 총 7655매를 처방받아 매수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미 C씨는 B씨로부터 처방받은 펜타닐 패치 중 124.5매를 1매당 10만원에 판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7월 유죄가 확정돼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허리디스크가 있다’, ‘다른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왔다’는 환자 말만 듣고 직접 진찰조차 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펜타닐 패치를 처방한 것으로 파악했다.
2월 범정부 전문인력이 참여하는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출범한 이후 검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합동으로 3월부터 서울 소재 병원의 펜타닐 처방 내역 분석을 시작했다.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해 최근 3년간 서울 지역 42개 병·의원 처방 실태를 살펴보면서 합동수사를 벌였다. 이어 4월 C씨의 신병을 확보해 구속 기소했고, 이날 A씨와 B씨를 각각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기소된 병·의원뿐만 아니라,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처방을 남발해 중독자를 양산하고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통을 조장하는 일부 의료기관 및 종사자들을 계속적으로 수사해 엄정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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