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서울의 한 파출소장이 지역 유지와의 식사 자리 등에 여경을 불러내 접대 및 비서 역할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그 일로 감찰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갑질'로는 볼 수 없다며 구두처분인 직권 경고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감찰 대상자와 피해자 간의 분리 조치도 당사자의 요구로 뒤늦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에서 근무하는 박인아 경위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자신의 실명과 소속을 공개한 뒤 “아직 두렵고 무섭기도 하지만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실명 인터뷰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한 가정이 정말 망가졌다”며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있는데, 딸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정말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 제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조직에서 저를 도와주고, 앞으로 시스템이 개선된다고 하면 저는 그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사건은 박 경위가 지난 4월 파출소장으로부터 '식사 자리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으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파출소장 지시를 받고 식사 자리에 나갔고, 80대 남성을 소개받았다. 파출소장은 남성에 대해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새마을금고에 돈을 많이 저축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저축해둔 돈으로 생활하는 유지이며, 지역 행사 등에도 기부금을 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경위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권유했다. 박 겨위는 이를 거부했지만 촬영은 강행됐다. 회장은 박 경위를 “파출소장 비서”라고 부르며 과일을 깎게 했다.
8일 뒤 박 경위는 파출소장에게서 또 연락을 받았다. 파출소장은 문자메시지로 "회장님의 호출이다. 사무실에 잠깐 왔다 가라"고 했다.
박 경위가 몸이 아프다며 거절하자 파출소장은 전화를 걸어 "우리 회장님께서 승진 시켜준대. 똘똘하게 생기셨다고. 너무 칭찬 많이 하셔. 빨리 와서 사진만 좀 가져가라신다"고 강요했다.
그가 파출소장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나간 식당 복도에는 이전 식사자리에서 찍었던 사진이 비슷한 사진들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박 경위는 "저는 그분이랑 식사를 왜 해야 되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다. (사진도) 안 찍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막 찍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파출소장의 이상한 지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파출소장은 근무 시간 도중 박 경위에게 실내 암벽 등반장에 가자고 했다. 결국 박 경위는 소장과 둘이서 암벽 등반까지 해야 했다.
파출소장 지시가 이상하다고 느낀 박 경위는 결국 지난 5월 병가를 내고 청문감사관실에 감찰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감찰 결과, 구두 처분인 직권 경고에 그쳤다. 근무시간에 사적인 자리에 불러낸 건 부적절하지만, 파출소장의 지시가 '갑질'이나 '강요'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더욱이 박 경위는 상부에 해당 파출소장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신고한 뒤 오히려 감찰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파출소장이 다른 직원들에게 박 경위의 근태나 복장불량 등을 지적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파출소 폐쇄회로(CC)TV까지 돌려봤다는 것이다.
박 경위는 윗선에서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 경위는 “경찰청에 마지막으로 이의신청을 했는데 회유 시도가 있었다”며 “저도 파출소장님이 받은 똑같은 징계에서 멈춰줄 테니까 앞으로 경찰 생활을 해야 되지 않겠냐는 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경찰서 측은 감찰 대상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박 경위가 이미 병가를 냈다며 2개월간 인사 조치를 하지 않았다.
참다 못한 박 경위는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렸고 피해를 폭로한 지 반나절 가량 지난 7일 오후에야 파출소장은 다른 보직으로 발령됐다.
해당 파출소장은 “경고 처분에 이의는 없다”면서도 “후배에게 잘 해주려고 한 건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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