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빅4, 상반기 R&D 지출 전년 대비 25%↑

글로벌 업황 부진에도 ‘공격적 투자’ 평가

친환경·신소재 등 신기술 개발 속도…“영업이익 등 성과”

“최악 중국 경기에 실적 직격탄이지만…” 석유화학 ‘빅4’ R&D는 더 늘렸다 [비즈360]
금호석유화학 여수 고무 2공장의 모습 [금호석화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중국 경제의 총체적 부진 여파로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석유화학업계에서 실적 침체 등 장기 불황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국내 석화 ‘빅4’로 꼽히는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 등 주요 기업들이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면서 복합 위기에 대한 ‘정면돌파’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헤럴드경제가 각 기업들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석화 빅4의 올해 상반기 R&D 비용 집행 금액은 연결 기준 1조1851억5500만원으로 작년(9482억7900만원) 대비 25% 가까이 증가했다. 석화업계가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부 사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악 중국 경기에 실적 직격탄이지만…” 석유화학 ‘빅4’ R&D는 더 늘렸다 [비즈360]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5월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의 상반기 R&D(LG에너지솔루션 포함) 지출액은 9824억94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7865억4500만원) 대비 20%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3.3%에서 3.4%로 올라갔다. 지출액과 매출액 대비 비중 모두 작년 대비 상향하면서 공격적 R&D 투자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LG화학의 연구 실적을 살펴 보면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와 반도체 소재, 친환경 제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가 주를 이뤘다. 지난 6월 하이니켈 단입자 양극재를 국내 최초 양산에 성공한 것은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양극재를 적용하면 기존 배터리 용량 대비 10% 상향된다.

이러한 R&D 성과를 바탕으로 LG화학은 지난 2분기 다른 부문 실적이 부진했지만 고부가 제품 중심의 첨단소재 부문에서는 영업이익 1850억원을 올렸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5월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지난 4년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혁신, 디지털전환(DX) 기반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구축, 글로벌 4대 권역에 현지 역량 확보 등 경영체제 전반의 혁신을 거듭해왔다”면서 “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이라는 3대 핵심사업을 보유한 글로벌 과학기업으로 대전환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케미칼 역시 상반기 R&D에서 582억300만원을 지출하며 작년 같은 기간(493억400만원) 대비 100억원 가까이 증액했다. 매출액 대비 비율도 0.44%에서 0.59%까지 끌어올렸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첨단소재 부문에서 영업이익 751억원하며 전년(713억원) 동기 대비 5.3% 상승했다. 첨단소재는 ‘스페셜티’라고 불리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이 주를 이루며,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등이 대표 제품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제품군 확대를 통해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매출을 현재 7조원대에서 18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최악 중국 경기에 실적 직격탄이지만…” 석유화학 ‘빅4’ R&D는 더 늘렸다 [비즈360]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의 모습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수소에너지·전지소재·탄소중립·자원선순환·바이오 등 신규 메가트렌드 분야를 지속적으로 탐색해 R&D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상반기 R&D 비용에서 282억3900만원(매출 대비 비중 0.86%)을 지출하며 고부가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대비 금액(238억7700만원)과 매출 대비 비중(0.74%) 모두 높아졌다.

금호석화 역시 탄소나노튜브(CNT) 등 고부가 제품 개발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CNT는 전기, 열 전도율이 다이아몬드와 동일하면서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소재다. 현재 전남 순천에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준공 이후 CNT 연간 생산능력은 120t에서 360t까지 늘어난다.

한화솔루션도 상반기 매출 대비 R&D 지출 비중을 지난해 1.99%에서 2.88%로 끌어올리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솔루션과 한화토털에너지스는 최근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파일럿 공장을 준공했다. 태양광 패널용 필름으로 사용되는 POE는 고무와 플라스틱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합성수지다. 두 회사는 시험 생산을 거친 후 연산 10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 건설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중국 석화업체들이 증설을 지속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황이 급격하게 좋아지기는 어렵다”면서도 “친환경·신소재 등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체질개선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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