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수 강서경찰서 수사1과 경위
90가구 44억 전세사기 주범 검거
수개월간 잠복...공범 수사 지속
“전세사기범들, 잠적해도 도망쳐도 소용없습니다.”
서울 강서구와 수도권 일대에서 세입자들을 상대로 전세사기를 일으킨 임대인 A씨를 검거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문진수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1과 경제범죄수사2팀 경위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수많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서민들의 소중한 재산을 빼앗은 전세사기범들은 면밀한 수사로 꼭 검거하고 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고 힘 있게 말했다.
A씨는 지난 2021년부터 ‘무자본 갭투자’를 이용해 수개월에 걸쳐 취득한 빌라 90여 가구에서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달 23일 구속송치 됐다. 그가 현재까지 세입자들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44억에 이르지만,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A씨를 잡은 것에 그치지 않고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A씨를 붙잡을 수 있었던 데는 강서경찰서 수사1과 소속 문진수 경위를 비롯한 사기추적전담팀 소속의 김태선 경위와 박종은 경사의 활약이 있었다. 문 경위가 통신 수사와 CCTV탐문 등을 통해 각종 영장 집행을 받아오면, 김 경위와 박 경사는 A씨가 숨어있을 만한 지역을 직접 가서 며칠간 잠복 수사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문 경위는 “현장 수사와 사무실 내에서 진행될 수 있는 영장을 이용한 수사 등이 유기적으로 잘 공조된 수사 사례”라고 평가했다.
해당 사건의 수사가 시작된 건 A씨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한 한 피해자가 올해 5월께 강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부터다. 잠복 수사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무더위 속에서도 시동을 꺼둔 채 하루 종일 차 안에서 대기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A씨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는 제 3자의 핸드폰을 사용하는 등 추적할 만한 단서를 남기지 않았다. 그가 잠시 지냈던 거처 역시 타인의 명의로 맺어진 원룸인 나머지 그의 흔적을 찾는 것이 더더욱 어려웠다고 했다.
문 경위 등은 이번 검거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집요함’을 꼽았다. 이들은 “수사 단서가 없으면 집요함만이 유일한 무기”라며 “미약한 단서에도 ‘A씨가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실날 같은 희망을 품은 채 현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전세사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만큼 피해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에서 확인된 피해자가 총 2996명이며 피해 금액은 4599억원에 달했을 정도다.
전세사기로 억울한 피해자가 계속 나타나는 만큼 문 경위는 피해의 책임을 개인으로 돌리는 점을 지양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사기 수법은 늘 기존 수사 기법의 발전 속도보다 더 먼저 변화한다”면서도 “사건을 마무리 한 시점에 든 생각은, 피해를 당한 사람의 잘못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를 당한 사람이 무지해서, 피해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 잘나서 이런 결과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앞으로도 제가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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