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인도 방갈로에서 한달에 130달러를 벌며 살아가는 래기니씨. 보모로 일하는 그녀는 음식을 사고 나면 손 안에 쥐는 돈은 얼마 없지만 평소 가장 좋아하는 비누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최근 유니레버가 새로운 포장과 함께 좀 더 다양한 성분을 비누에 추가하면서 가격을 16루피에서 24루피까지 올리기는 했지만 즐겨 쓰던 비누를 바꿀 생각은 없다.
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는 5일(현지시간) 최근 시장이 래기니와 같은 소비자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니레버와 P&G같은 소비재 회사들이 작은 사이즈 제품들을 가능한 낮은 가격에 팔던 지난 수십 년 간의 전략을 버리고 서민층 소비자들에게도 더 많은 기능과 특징을 추가해 가격을 올리는 선진국형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니레버가 최근 브라질 시장에 액체 세제를 출시한 것도 같은 이 같은 전략의 일부다. 유니레버는 세척 횟수 당 단가는 더 낮아졌다고 주장하면서 가루 형태의 세제 보다 가격을 30%가량 올렸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트레스엠 샴푸의 온라인 광고도 시작했고, 인도에서는 사용 후 10초 후에 색깔이 변하는 비누를 출시하기도 했다.
유니레버의 경쟁 회사들도 비슷한 전략에 뛰어들었다. P&G는 질레트 제품에 안전 강화 기능을 추가하면서 가격을 올렸고 독일의 헨켈은 현지 사정에 맞게 중동에서 히잡 등 베일로 가린 머리를 위한 샴푸 등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위험 부담도 상당하다. 개발도상국의 서민층은 가격, 특히 눈에 보이는 액면가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인도인 싱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가격”이라고 말했다.
판매성장률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 6월 개발도상국 시장의 판매성장률은 전년도 8.8%에서 7.5%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83억 달러 가량 하락한 수치다. 유니레버의 경우 8.8%였던 판매 성장률이 최근 6.2%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더 많이 팔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회사 측에서 더 핵심적인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포장 식품 업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유니레버는 최근 미용과 퍼스널케어 분야에서 로레알과 P&G를 따라잡는 것으로 목표를 바꿨다. 샴푸나 데오드란트가 개발도상국에서 식품 분야보다 판매 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레버의 대변인은 “모든 변화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반응이 좋지만은 않다. 크리시나파 씨는 “유니레버의 데오드란트로 사용 제품을 바꾼 지 얼마 안 돼 가격이 올랐다”면서 “결국 본래 사용하던 가루 제품을 다시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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