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여파로 지난해 대비 혈액 보유 42%↑
일부 혈액원·헌혈의집 혈소판 채혈 제한하기도
헌혈의 집 관계자 “시민 돌려보내 안타까운 마음”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여파가 혈액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 만년 부족했던 혈액이 병원들의 수술 취소 및 연기 여파로 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헌혈의 집과 혈액원 등에서는 일부 헌혈을 제한하는 등 혈액량을 조절하고 있다.
14일 혈액원과 대한적십자사 등에 따르면 3월 적혈주제제 혈액 보유량은 3만278 유닛(혈액을 세는 단위)으로 지난해 같은날 보유량인 2만1284 유닛 대비 약 42%(8994유닛) 가까이 늘었다. 적혈구제제 혈액 보유는 지난 4일 3만4183 유닛을 기록해 올해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혈액 수급이 이처럼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의아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혈액 보유 현황은 지난달 17일 연중 최저점인 2만333유 닛(적혈구 기준)까지 내려간 바 있다. 하지만 혈액 재고량은 지난 2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3월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 혈액 보유량이 3만 유닛을 웃돌면서 ‘혈액이 넘친다’는 말이 나온다. 3만 유닛이 넘는 혈액량을 5일 이상 유지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이같이 혈액 보유량이 넘치는 이유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수술 감소인 것으로 분석된다. 혈액 보유량이 상승한 시점과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한 헌혈의 집 관계자는 “혈액의 경우 병원에서 요청하는 만큼 출고하게 되는데, 의료 공백 사태 이후로 요청 자체가 급감한 상황”이라며 “수술 연기와 취소 여파가 병원으로 가는 혈액 출고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헌혈의 집에서는 최근 헌혈자들에게 ‘혈소판 채혈 일시 중단’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는 냉장·냉동 보관을 했을 때 적혈구 유효 기간은 35일이지만, 혈소판은 5일 정도에 불과하기에 혈액량 조절을 위한 조치로 전해진다. 헌혈하는 방식은 전혈헌혈과 성분헌혈로 나뉜다. 전혈헌혈의 경우 재헌혈 주기가 8주로 길지만, 혈소판 헌혈의 경우 재헌혈 주기가 2주로 짧기 때문에 헌혈을 자주 하는 이들에게 선호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한적십자사 헌혈의 집에서 만난 직원 A씨는 “사회적 이슈로 일부 헌혈 참여를 제한하라는 공지가 내려와 놀랐다”라며 “헌혈 해주려 찾아오는 분들에게 돌아가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다른 혈액원 관계자 B씨 역시 “혈액량 안정화로 아까운 혈액이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혈소판 헌혈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이에 예약제를 실시하는 등 유기적인 대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혈액은 만성적 부족 현상을 보여왔다. 헌혈을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게 되면서 헌혈을 하는 주 연령대인 10~20대가 전체 헌혈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헌혈 건수는 2014년 305만건에서 2022년 265만건으로 8년 새 40만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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