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승소, 2심 각하로 패소
대법, 승소 취지로 판단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건물 아랫집 세대가 윗집 동의 없이 베란다 내벽을 철거했다면, 윗집에서 소송을 통해 취소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건축물의 하중을 견디기 위한 벽체(내력벽)를 철거한 것이므로 공용부분을 변경한 것이고, 따라서 윗집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는 취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집합건물 윗집 세대 A씨가 강남구청을 상대로 “대수선 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원심(2심)은 A씨가 소송을 구할 자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갈등은 건물 4층에 거주하던 B씨가 5층에 거주하던 A씨의 동의를 받거나, 구청 허가 없이 발코니에 설치된 내벽을 철거하면서 불거졌다. 반발한 A씨는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런데 구청은 당초 벽을 원상 복구하라고 안내했다가 돌연 2개월 뒤 벽체 해체 행위가 승인됐다는 공문을 보냈다.
결국 A씨는 구청을 상대로 “승인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 측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7부(부장 김국현)는 2020년 10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내력벽 철거는 건축법상 대수선에 해당하므로 구청의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분 당시 및 현재까지 건물의 상당수 구분소유자들이 대수선에 반대해 찬성 결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경우까지도 구청에게 사후 승인 권한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다른 구분 소유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11행정부(부장 배준현)는 2021년 11월, A씨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봤다. 철거한 벽체가 내력벽이 아니라 구조안정상 문제가 없는 단순 벽체이므로, A씨와 관련이 없다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철거된 해당 벽체는 바로 위층에 있는 5층 베란다의 고정하중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축 구조기술사도 벽체가 철거돼도, 슬래브 지지가 미미하므로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을 밝혔고, 또다른 건축사도 이 사건 벽체가 내력벽이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봤다.
이어 “발코니는 건축물의 내외부를 연결하는 완충공간으로서 휴식 등 목적으로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에 불과해 해당 벽체가 건축물의 하중을 견디는 내력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벽체가 내력벽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A씨는 구청의 판단에 대해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갖는 자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벽체는 무거운 하중을 견디기 위해 내부에 철근을 배근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견고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며 “4층 아래층 같은 위치에 동일한 구조의 벽체가 시공돼 있어 실제로 건물 5층 베란다 바닥을 구성하는 슬래브의 하중을 견디고 있다”고 봤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벽은 내력벽에 해당하고, 이를 해체한 행위는 공용부분을 변경한 행위로서 A씨에게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A씨의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2심 판단은 잘못”이라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낸다”고 결론 내렸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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