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의 영상 녹화물
1·2심 증거능력 부정
대법, 원심(2심) 판결 수긍하며 확정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이 친족 성범죄 피해자와 면담한 영상 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해당 녹화물 또한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영상녹화물로 봐야하므로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친모와 계부 등이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성적 학대한 사건에서 위와같은 법리를 제시했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도 해당 녹화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술 등 다른 증거들로 인해 친모는 중형을 확정받았다.
친모 A씨 등은 2018년 1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피해자를 성폭행·성적 학대하고,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 등을 받았다. 수사과정에서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은 검사로부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대한 의견조회를 받아 피해자를 면담했고, 이를 녹화했다. 검사는 녹화물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에서 법적 쟁점은 이 녹화물을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 법원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녹화물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촬영한 영상물에 해당한다”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아닌 수사기관이 조사한 전문증거(직접 경험한 사람의 진술이 아닌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해선 형사소송법에서 규율하고 있지 않으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 다른 증거를 바탕으로 친모에게 A씨 등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 판단에 대해 검찰 측은 “진술분석관은 검찰 수사관의 신분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수사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진술분석관의 피해자 면담은 수사 또는 조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다른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하면, 수사과정 외의 진술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함에 있어서 비교적 엄격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해당 녹화물이 형사소송법상 수사과정 외의 진술에 해당한다면, 진술서 성립의 진정(원진술자의 의사에 의해 작성된 것)만 인정되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해당 녹화물은 수사기관인 대검찰청 소속 진술분석관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분석을 위해 녹화한 것이고 증거목록에도 그렇게 기재돼 있다”며 “검사 측이 주장하는 형사소송법 조항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 등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이 유죄로 본 혐의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증거능력 인정에 관한 원심(2심)의 판단에 대해 수긍하며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직접 증거가 아닌)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은 이를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있는 때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원칙 등을 고려했을 때 수사기관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녹취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도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진술분석관의 소속과 지위, 영상녹화물을 제작한 경위와 목적, 면담 방식과 내용 등을 고려하면 이는 수사과정 외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 측 주장대로 수사과정 외의 진술이 아니므로, 비교적 엄격하지 않은 기준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영상물은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나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가 아니고, 피고인 등이 작성한 진술서도 아니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수사기관 소속이 아닌 관련 전문가에게 의견을 조회하는 방법으로 아동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으므로 아동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무조건 부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판에서 신빙성이 문제되는 경우 법원은 의사, 심리학자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 조회를 받아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