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사상 첫 5400선 상회…나스닥 1.53% ↑
美 5월 CPI 예상치 하회…인플레 경계심 완화
‘매파’ 점도표 수정안보다 ‘비둘기파’ 파월 회견에 주목한 시장
美 국채 금리 급락…‘애플·엔비디아·테슬라’ 빅테크 일제히 ↑
“美 증시 신고가·추가 금리 인상 우려 해소, 韓 증시에 긍정적”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또 한번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점도표에서 금리인하 횟수 전망을 올해 3회에서 1회로 줄이며 피벗(pivot,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후퇴했지만, 일반적으로 금리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빅테크주(株)가 강세를 보이면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45.71포인트(0.85%) 오른 5,421.03에,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64.89포인트(1.53%) 상승한 17,608.44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사흘 연속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S&P500 지수는 이날 처음으로 5,400선을 웃돌았다.
반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5.21포인트(0.09%) 내린 38,712.21에 거래를 마감했다.
美 5월 CPI 예상치 하회…인플레 경계심 완화
이날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와 오후에 나온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경제전망에 집중됐다.
미국 인플레이션 경계심은 다소 누그러졌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과 보합(0.0%) 수준으로 직전월 0.3% 상승보다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0.1% 상승도 밑돌았다. 5월 CPI는 전년동월대비 3.3% 올라 전월치인 3.4%보다 낮았다.
5월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 상승했다. 이 역시 WSJ 예상치 3.5% 상승을 밑돌았고, 전월치보다 낮았다. 근원 CPI 월별 상승폭은 0.2%로, 전월 0.3%보다 낮았다.
고용 시장이 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가 누그러진 점은 주식시장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요인이 됐다. 인플레이션 둔화는 연준이 올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연준은 이날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 완화가 목표치인 2%를 향해 추가 진전을 보였음을 언급했다.
‘매파’ 점도표 수정안보다 ‘비둘기파’ 파월 회견에 주목한 시장
미 연준이 점도표상에서 당초 올해 3회 금리인하를 예상했던 전망치를 1회 인하로 축소한 점은 투심을 위축시킬 요인으로 작용했다. 점도표 상에서 FOMC 위원 19명 중 가장 많은 8명이 연내 2회 금리인하 전망에 손을 들었지만, 중간값은 5.1%로 기껏해야 한 차례 인하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금리 동결을 요구한 위원도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 점도 주목할 포인트다.
마이클 브라운 페퍼스톤 수석전략가는 “이번 점도표는 시장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수정안”이라며 “올해까지 인플레이션에 큰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고 언급했다.
그나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매파(긴축 선호)’적으로 평가되는 점도표 결과에 대해 '비둘기(완화 선호)'적인 해석을 낳을 수 있는 기자회견 발언을 내놓으면서 기술주엔 호재로 작용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점도표상 금리인하 횟수 전망이 내려갔지만, FOMC 위원들은 모두 앞으로 ‘매우 데이터 의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며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빨리 둔화한다면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9월 금리인하 시작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CME그룹의 페드와치툴에 따르면 오는 9월에는 미 연준의 25bp(1bp=0.01%포인트) 인하 확률은 56.7%, 9월 동결 확률은 38.5%를 나타냈다. 하지만, 올해 마지막 FOMC인 12월까지 25bp 이상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 보는 확률은 93.5%에 이르렀고, 동결 확률은 불과 하루 전 11.1%에서 크게 떨어진 6.5%에 불과했다.
애플·엔비디아·테슬라 일제히 상승…美 국채 금리 급락이 강세 지지
일반적으로 고(高)금리 상황 속에선 투심이 약화하며 주가에 대한 하방 압력이 커진다고 알려진 기술주가 강세를 보인 점은 이날 미 증시 강세장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최근 눈에 띄는 인공지능(AI) 행보를 보이며 주가지수를 견인한 애플과 엔비디아는 견조한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애플은 이날 2.8%대 상승했다. 새로 출시한 인공지능(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가 호평을 받으면서 주가가 전일 7% 상승에 이어 2% 이상 올랐다. 아울러 이날 장중 한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3.5%대 올랐다. AI 기대감이 높아진데다 10대 1 액면분할 이후의 엔비디아 주가 상승은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이끌고 있다.
테슬라는 3.8%대 올랐다.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투자가 캐시 우드의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테슬라 목표주가를 높게 제시하면서 주가를 떠받쳤다. 아크는 “테슬라 주가가 2029년에 주당 2천600달러의 가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 국채수익률이 급락한 점도 기술주 흐름을 지지했다. 1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전일 전산장 마감가보다 8bp 이상 급락한 4.32%대에 거래됐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한때 4.25%까지 저점을 낮춰 지난 4월 1일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美 증시 신고가·추가 금리 인상 우려 해소, 韓 증시에 긍정적”
국내 증권가에선 미 증시의 신고가 행진과 미 연준이 설정한 금리 인하에 대한 방향성이 국내 증시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에 무게가 실렸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 예상 기준금리가 이전 대비 50bp나 상향됐지만 시작이 ‘발작’을 일으키지 않은 것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풀렸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추가 금리인상이 제한적이고, 파월 의장이 연준 위원들의 전망이 타당하지만 많은 의미를 부여할 만큼 큰 신뢰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도 시장엔 우호적 코멘트”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 증시의 신고가 경신은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일(13일)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로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강한 기대감은 최근 박스 상단인 (코스피) 2760~2780선 돌파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간 1회로 금리 인하 전망을 종전보다 크게 낮췄음에도 최근 물가 여건의 진전과 인하가 개시된다면 사이클을 형성할 정도로 지속적인 인하 가능성이 확인됐다”면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오히려 중립 이상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연준 위원들의 올해 최종금리 전망치 평균치가 1회 금리 인하를 가리키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전문가들은 2회 인하에 좀 더 베팅하는 분위기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시장은 매우 데이터 의존적일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주목하며 다시 한번 물가에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라며 “5월에 이어 6~7월에도 물가 둔화가 이어진다면 연내 금리 인하 폭은 2회로 상향 조정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판단을 유지한다”고도 짚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의 물가 하향 안정화 기조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물가가 서서히 하락하거나 고용시장이 급격히 악화되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연내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오는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