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이후 17개월만에 타격 우려

박근혜 정부가 또 세금 문제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위기에 처했다. 연말정산을 두고 직장인을 중심으로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불만이 거세게 일고 있어서다.

현 정부는 2013년 8월, 세제 개편안을 확정했을 때도 서민ㆍ중산층 증세라는 비난의 십자포화 한 가운데에 섰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의 개편안이 나온지 불과 나흘만에 국민적 조세 저항을 감안, 이례적으로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연말정산 논란에서도 여론이 크게 악화했다고 판단, 논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연말정산에서 확정된 근로소득세의 분할 납부 허용 등보완책을 밝힌 건 서민ㆍ중산층 불만을 수수방관했다간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전날 여당인 새누리당 측이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 문제와 관련해 소득 계층별 축소 정도를 분석해 문제가 있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말정산 논란은 애초 2013년 세제 개편안이 나왔을 때 예견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걸 골자로 하는 바뀐 세제를 적용해 연말정산을 하는 게 올해가 처음이어서 예년과 달리 환급액이 축소되거나 되레 토해내는 샐러리맨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다.

정부ㆍ여당으로선 고소득자들에게 세금을 좀 더 물려 저소득층 지원에 활용하겠다는 논리에서 나온 1년반전 세제 개편안에 대한 오해와 후폭풍에 맞닥뜨려 우왕좌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경환 부총리까지 ‘구원투수’로 나선 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책에 대한 대국민 홍보의 중요성을 줄기차게 주문해 온 박 대통령으로선 연말정산 논란이 확산되는 걸 막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고, 보완책도 가능한 한 빨리 내놓아야 한다는 긴박함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세제 개편안 확정ㆍ발표 뒤 불거진 후폭풍 대응도 기민했다. 8월 8일, 당시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확정한 개편안을 둘러싸고 중산층 증세라는 비난이 일자 박 대통령은 나흘 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럼에도 당시 박 대통령의 이런 주문은 포퓰리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증세없는 복지’라는 박근혜 정부의 원칙 자체가 모순인 상황에서 사실상의 증세를 하는 행태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세금 문제의 폭발력과 휘발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근원적 처방에서 미숙했던 결과다.

정부ㆍ여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말정산 논란의 충격파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35%(1월 둘째주ㆍ한국갤럽조사)로 집권 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박 대통령에겐 이번 사안이 악재임이 분명해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연말정산 결과를 반영한 2월 월급이 나온 뒤엔 박 대통령에 대한 샐러리맨들의 심리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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